10분 사이 사라진 반려견 '순대', 이웃에 잡아먹혔다
2016.12.20 17:28:17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인천에서 지난 9월 일어났던 전라북도 익산 올드잉글리시쉽독 취식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불과 10분 사이에 반려견을 놓친 주인은 이틀 만에 이웃에 잡아 먹혔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작정하고 도살한 뒤 취식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어 더 큰 분노를 낳고 있다.
일요일이던 지난 18일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한 주택가. 오전 7시45분께 2년을 갓 넘은 불테리어 순대가 목줄을 끊고 집을 나갔다.
워낙 활발한 견종이다보니 가끔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보호자가 순대가 나갔음을 알고, 곧장 밖으로 나가 찾아봤지만 순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채 10분이 되지 않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온가족이 나서 동네 곳곳을 뒤졌지만 순대가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7시가 넘어 집앞 슈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곳을 순대가 헤집는 모습이 보였고, 그 옆을 지나가던 세 명의 남녀가 순대를 데려가는 모습이 영상에 찍혀 있었다.
그중 한 남성은 견주 부모에게 낯이 익은 60대 후반의 이웃이었다. 이에 경찰에 즉각 신고했다.
순대를 찾기 위해 동네 곳곳에 부착한 전단지. 이틀 만에 이웃에 의해 취식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대파파
만 이틀이 지난 20일. 비슷한 시각에 집 앞을 지키고 있던 견주가 산책을 나온 이웃 남성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에는 딱 잡아 떼던 이 남성은 경찰의 계속된 추궁 끝에 취식 사실을 자백했다.
자신이 그날 순대를 인근 산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빌려 도축한 뒤 가족과 취식했다는 것이었다.
순대를 잃어버린 주택가 근처에는 열우물경기장이 있고, 그 맞은 편에는 현재도 '도축장'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도축장에 떨어져 있는 과거부터 있었던 개 불법 도축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대의 견주는 "가족들이 나선 끝에 그 사람을 찾고 경찰을 불렀다"며 "현재는 동물학대 관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순대 사건을 전해 들은 반려가족들 역시 할 말을 잃은 상태다. 취식 행위 자체는 물론이고 남의 개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응들이다.
자괴감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동물학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에 휘말려 개정 논의가 아예 멈춰버린 동물보호법.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분노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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