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간다고 좋아했는데..' 인천공항서 사살된 반려견
2016.12.26 15:45:5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내 천사, 라이언. 편히 잠들길. 넌 항상 내 마음 속에 있을거야."
비행기 탑승 도중 케이지가 열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배회하던 반려견 한 마리가 사살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규정에 따라 했다고는 하지만 30여분 이라는 시간은 죄가 없는 개에게 너무나 짧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과 견주인 묵다 웡존(Mukda Wongjorn, 한국명 김묵다)씨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묵다씨와 동행인, 그리고 이들의 반려견 3마리는 오후 9시50분 출발 예정의 서울발 방콕행 타이항공 TG657편의 탑승절차를 밟고 있었다.
묵다씨는 태국 출신으로 경기도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태국 통역 담당으로 일해 왔다.
태국의 경우 왕족 중에 애견가나 애묘가가 많고, 거리의 동물들에게 관대한 편이며 수의학 수준도 높다. 우리보다 개나 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이 앞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 일행은 규정에 따라 반려견 3마리는 모두 화물칸에 위탁화물로 부쳐야 했고, 타이항공 수속을 대행한 아시아나항공 데스크를 통해 반려견의 화물 수속 절차를 끝냈다. 케이지의 결속은 누차에 걸쳐 확인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들 동행한 개중 3살 라이언의 케이지가 느슨해 지면서, 라이언이 활주로로 뛰쳐 나왔다. 화물 담당 직원이 라이언을 잡으려 했지만 놓쳤고, 라이언은 규정에 따라 사살됐다.
인천공항은 첫째 그물을 잡다가 안되면 공기총을 쏘도록 하고 있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실제 총을 쏴서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이언 때문에 비행기 이륙은 30여분 가량 지체됐는데 견주는 그새 연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묵다 씨는 인천공항에서 라이언을 넣어뒀던 케이지와 함께 피범벅이 된 라이언의 사체를 인천공항 사무실에서 인계받았다. 목줄을 맨 채 죽어 있던 터라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타이항공은 이 사건에 대해 견주에게 사과하는 한편, 보상책으로 최대 1만바트, 우리돈 33만여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강아지 케이지에 싣고 비행기 타는데 앞으로 너무 불안할 것같다." "견주는 도대체 무슨 잘못이냐" "규정이라고는 하지만 마취총을 쏠 수도 있는 것이고, 인천공항의 보안규정이 잔인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수년 전에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 이번처럼 규정에 따라 사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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