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물학대를 경찰에 신고한 이유'
2017.01.16 12:41:3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옆집 아이가 상습적으로 맞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동물학대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볼 때마다 가슴에 불이 나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분노를 표하는데서 끝이 나고 사건 처리는 다른 누군가의 몫일 경우가 많다.
평범한 애견인이 경찰에 동물학대 신고까지 나선 일을 소개한다.
경찰과 연락하는 것자체가 꺼려지는 일이고 신고한다해도 제대로 처리해줄지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지난 13일 늦은 오후 SNS에 동물학대가 확실시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제주시의 한 가정집에서 개주인이 개를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 개는 도망가려 했지만 번번히 잡혀와 맞고 있었다.
생생한 소리는 참고 듣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다.
동영상을 촬영한 이는 자주 반복되는 그 모습에 보다 못해 동영상을 찍었다.
원래는 제주시민 SNS 커뮤니티에 올라왔다가 반려동물 SNS로 옮겨진 것이었다.
반려동물 SNS에 글을 옮겨온 이는 물리적으로 신고할 수 없는 해외에 있었고, 대신 동물학대 대처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놓으면서 경찰에 신고를 요청했다.
분노의 글들이 쉴새없이 올라왔지만 막상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를 찾기는 어려웠다. 저마다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 장소에서 10분 거리에 직장이 있는 30대 A씨. 다음날이던 14일 토요일 아침 동물학대를 신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가 해외에 있는 게시자가 일러준 대로 112(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지금 학대를 하고 있는게 아니면 출동은 어려우니 동영상을 갖고 있다면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렇게 끝나나 하고 있는데 그 게시글을 봤던 다른 이가 경찰에 강력 항의해서, 경찰이 출동한 것까지 알게 됐다.
그리고 A씨는 그 신고자와 연락이 닿아 경찰이 필요로 한다는 동영상을 경찰에 보내줬다.
A씨가 결과가 궁금해서 가보니 경찰은 다녀갔지만 개는 그대로 있었고 별다른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A씨. 마침 해당 동영상을 촬영한 이와 연락이 닿아 14일밤 파출소에 직접 찾아가 출동결과를 확인했다.
파출소에서는 이 두 사람에게 직접 신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놨고 지켜 보기로 했다.
A씨는 앞으로 그 장소가 직장에서 가까운 만큼 수시로 가볼 계획이고, 학대행위가 반복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증거를 더 모집해서 고발에 들어갈 생각이다.
동물보호단체 소속도 아닌 A씨가 동물학대 건으로 경찰을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우리나라는 동물학대,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너무 낮다"며 "(그런 학대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당연히 격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물학대는) 옆집 아이가 상습적으로 맞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갑자기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 모든 학대행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확실한 신념이 아닌 보통의 시민의식 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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