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사상충약, 약국에 주지마' 강요한 수의사들
2017.01.25 15:14:4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공정위, 레볼루션·애드보킷 제약사에 시정명령
공급금지 강요한 수의사 카페도 함께 제재
일반 약국에 심상사상충 예방약 공급을 거부한 제약사와 함께 제약사에 압력을 넣은 수의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제재했다.
수의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심장사상충약 역시 처방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동물약국에서도 아무런 제한없이 판매할 수 있게 돼 있어 선의였다할 지라도 면책이 안된다.
결국 수의사회에서 제도 개정에 힘을 모아야 수의사들이 이익을 독점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동물약국에 개와 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동물약국에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공급하지 말라고 제약사들을 압박한 수의사 인터넷 카페(DVM) 회원 수의사들에게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각각 레볼루션과 애드보킷을 취급한다.
공정위는 이에 앞선 지난해 4월 하트가드를 유통하는 메리알코리아에 같은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심장사상충약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주요 3사가 모두 시정명령을 받게 됐다.
심장사상충은 개와 고양이의 심장이나 폐동맥 주위에 기생하면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이다. 수의계는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해 매달 한 번씩 예방제를 투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매달 한번씩 약을 투약한다고 가정할 경우 개당 1만4000원씩 약값만 17만원 정도가 든다.
동물병원에서 사서 먹이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지만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현행 제도상 동물약국에서도 아무런 제한없이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의사 처방 대상 약품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합계 시장점유율이 85% 수준인 한국조에티스와 벨벳, 그리고 메리알코리아는 약국 공급을 거부했다. 조에티스는 레볼루션 제품이 수의사가 진단을 통해 처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왔다.
대한약사회가 2013년 6월 수의사 처방제 실시를 앞두고 이들 예방제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한 이후 최소 3년 여간 이렇게 공급을 차단해 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단순히 공급 거절에 그치지 않고, 동물약국으로 유출되는 물량도 철저히 차단했다.
이들 회사 영업 직원들은 매일 관할 지역 내 동물약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있는지를 감시했다.
유출이 의심되는 곳이 있으면 일반 고객으로 위장하여(mystery shopper) 유출 경로를 확인했다.
경로가 확인되면 빠져나간 물량을 모두 회수하고 유출된 동물병원은 출고를 정지했다. 또, 인근 동물병원보다 싸게 판매하는 병원에는 공급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주요 3사가 모두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엄격히 막은 것은 예방제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였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예방제를 싸게 살 수 있는 경로 자체가 막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병원도 동물약국과의 경쟁 압력에서 벗어나 이익을 누려왔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실제 레볼루션, 애드보킷의 동물병원 공급가는 개당 5600~6600원 수준인 반면, 소비자 판매 가격은 그 2~3배인 1만4000원이었다.
일부 물량이 유출되어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보면 동물병원 판매 가격의 70% 수준인 1만~1만1000원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결국 주요 3사는 동물병원이 동물약국과 경쟁없이 비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 대가로 동물병원은 이들 3사 제품만 주로 판매해주는 전략적 공생 구조가 유지된 것"이라며 "주요 3사가 꾸준히 8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한국조에티스, 벨벳이 동물약국에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행위는 물론 싼 가격에 약을 판 동물병원에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수의사들의 갑질도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결과 수의사 인터넷 카페(이하 DVM) 회원 수의사들(공동구매추진위원장 등 5명)은 주요 제약사, 판매업체를 상대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동물약국으로 공급하지 말도록 강요했다.
이들은 공동구매를 빌미로 주요 3사에 동물약국에 예방제를 공급하지 말도록 강요했다.
또, DVM 운영진 명의로 동물병원에 이메일을 보내 예방제 유출을 막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결과 제약사들은 동물약국 공급 거절 정책을 더욱 철저히 실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DVM 회원 수의사에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을 구속하는 조건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토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동물병원과 동물약국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이 내려가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약값 부담도 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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