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에세이] 12간지에는 왜 고양이가 없을까

 

부산 해동용궁사에 가면 입구에 12간지 석상이 늠름하게 늘어서 있다.

 

그런데 12간지에는 왜 고양이가 없을까?

 

12간지의 동물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유래는 이렇다.

 

석가가 극락으로 통하는 12개의 수문장을 지키는 지상 동물을 선정하도록 했는데, 무술에 가장 능통한 고양이가 맨 앞자리에 있었다.

 

나머지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돼지, 개는 고양이의 제자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갑자기 뒷간에 가고 싶어진 것이다.

 

잠시 볼일을 보러 고양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고양이는 수문장 일이 하기 싫어 떠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후로 고양이가 쥐의 천적이 되었다는 것인데, 고양이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어느 날 용궁사의 열두 동물 석상 맨 앞에, 한 식구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제 자리를 찾아 있었다.

 

과거의 일은 조금 억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수문장은 다른 동물들더러 지키라고 하고 고양이는 나른하게 햇볕을 받으며 식빵이나 굽고 있는 게 아무래도 어울리는 일 아닐까.

 

박은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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