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집에서 2년여 생활...이제 '犬 대변인' 다 됐죠"
2017.02.23 17:14:31 송은하 기자 기자 scallion@inbnet.co.kr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장
군견병 경험 믿고 훈련사 길로..가정견 훈련에 쓴맛
2년간 자발적 케이지 생활끝 센터 개소..훈련의 시작은 관찰부터
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 센터장, 반려견 행동 심리 전문가, 반려견 장난감 개발자…. 전부 정광일 씨(34)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올 3월부턴 대학 강사, 작가까지 추가된다. 하지만 그는 “가장 맞는 말은 ‘개 대변인’인 것 같다”고 말한다.
22일, 경기 일산의 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에서 정 센터장을 만나 ‘개 대변인’으로 거듭난 사연을 들어봤다.
개집, 개 밥그릇…‘기인’되니 알겠더라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길렀는데, 그땐 그냥 친구였고요. 군대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바뀌었죠.”
개와 정광일. 그 끊기지 않는 인연은 2002년 군대에서부터 시작됐다. ‘군견병’으로 뽑힌 그는 경비견, 마약견 등 특수목적견을 훈련하고 다루면서 재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당시 파트너였던 군견 ‘구피’와 함께 전국군견대회 1등을 차지한 것. 제대 후 강아지 훈련사가 된 그는 ‘정광일 훈련소’를 열고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커다란 특수견도 마음대로 훈련시킬 수 있었던 그가 ‘가정 훈련’ 차 방문해 푸들, 말티즈 등의 행동을 개선시키려고 하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엔 ‘어, 이게 뭐지?’ 싶었죠. 그러다 문득 그때까지 개를 훈련시키는 데 집중을 했지, 얘네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그 길로 훈련소 문을 닫았다. 2008년부터 개의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 방법은 간단했다. 스스로 개의 입장이 돼 보는 것. 그는 ‘자발적 감금’을 실천했다.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2박 3일 케이지에 들어갔어요. 밥도 개 밥그릇에 먹고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7~8시간 지나니까 배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그렇게 되니까 저도 모르게 화가 나고 욕도 나오더라고요. 그러면서 개가 어떤 상황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지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어요.”
2년 넘는 ‘케이지 생활’을 끝내고서야 정 센터장은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견의 행동을 관찰해 원인을 찾고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정소다.
산책이라고 다 같은 산책이 아니다
반려동물가족 1000만 시대. 집에서 직접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견주들도 많아지고 있다. 정 센터장은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사회성 훈련’인지 ‘사회화 훈련’인지를 알고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성 훈련은 다양한 경험을 알려주기 위한 거예요. 산책을 통해 사회성을 가르치고 싶다면 이곳저곳 냄새를 맡게 하고 기다리고 칭찬해 줘야 합니다. 반면 같은 산책을 시키면서도 절제를 가르치는 사회화 훈련을 해야 하면 주인의 말에 따라 인내하고, 규칙을 지키도록 해야 하죠.”
그는 또 훈련보다 중요한 건 ‘관찰’이라고 강조한다.
휴식 및 대소변 장소를 관찰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를 알 수 있고, 눈을 마주쳤을 때 행동을 보면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정 센터장은 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면 “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아지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바꿔 말해 이곳은 강아지에게 문제 행동이 나타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다.
정 센터장에게 물었다. 모순적이지만 강아지의 문제 행동이 남아 있길 바라는 것 아니냐고.
잠깐 웃던 그가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책도 내고, 특허도 내고 다양한 준비를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저 역시 강아지들이 문제 행동 없이 지내기를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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