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커플'의 신혼일기가 부러운 이유
최근 안재현, 구혜선의 신혼 생활을 리얼하게 담은 프로그램 ‘신혼일기’가 인기를 끌었다. 결혼 15개월차 나름 신혼인 나도, 결혼 7개월차 안구 커플의 독특한 창의 요리와 달달한 ‘여보야’ 소리를 즐거워하며 지켜보았다.
이 신혼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강원도 인제의 깊은 시골. 마당이 있는 넓은 시골집에는 반려동물 여섯 마리가 함께했다. 골든리트리버 감자, 치와와 순대와 군밤이, 고양이 쌈이, 안주, 망고까지.
두 사람의 알콩달콩 투닥투닥 귀여운 일상도 좋아 보였지만, 넓은 마당에서 뛰어 노는 강아지 식구들과 창밖에 내리는 하얀 함박눈을 바라보는 고양이 식구들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나는 내심 부러웠다. 혼자서 반려동물 여러 마리를 키우는 것은 여건이 되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결혼생활로 이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안재현과 구혜선의 첫 만남에는 고양이 ‘안주’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낯선 사이라도 집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면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너무 쉬워지는 법.
안재현의 고양이 ‘안주’를 시작으로, 둘 다 동물을 키우고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줬다는 것이다.
같은 애묘인끼리 만나면 이들처럼 공통점에 반갑기만 하지만, 고양이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연인을 만나면 그 차이점을 극복하는 것도 참 어려운 문제가 된다. 서로 취미나 공통사가 다른 것은 어느 정도 각자의 시간을 이해하고 양보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취미생활이 아니라 식구가 늘어나는 일, 생명을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반려동물 키우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 배우자가 흔쾌히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삐치고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혼을 한다면 둘이 함께 사는 집에서 고양이도 지내야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중간 지점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 한 사람이 완전히 양보해야만 하는 문제인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신랑은 처음에 고양이를 무척 낯설어하고,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난감해했다. 애초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만나면 좋지 않았을까?
애초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나는 신랑과 고양이를 키우는 일로 다툴 때마다 내가 왜 이 어려운 길을 간단히 선택했나 하고 힘들었다.
부부라고 해서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각자의 생각과 취미를 인정하자고 생각하고 한 결혼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나처럼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그가 원망스러웠다.
무엇보다 이 과정이 또 한 사람의 무조건적인 양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라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결혼생활 전체가 누군가는 늘 미안하고, 누군가는 늘 양보인 삶이 될 테니까.
다행히도 지금은 둘 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신혼의 삶에 만족하고 있고, 고양이들을 예뻐하는 신랑에게도 참 고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삶을 살고 싶었던 나는 신랑에게 내 가치관과 동물의 입장에 대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고, 신랑은 자신이 전혀 모르고 살아온 세상의 이야기에 대해 많이 듣고 이해해주었다.
비록 처음부터 꼭 맞는 삶의 방식은 아니었지만, 아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 또 여럿 놓여 있을 것이다.
어떤 건 두 사람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여 결정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일은 둘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기준이나 방식을 아예 바꿔야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충돌해야 하더라도,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결혼이란 그런 것이어야 하니까.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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