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악용된 요크셔 테리어

농한기가 되면 야산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이뤄지는 투견 도박에 대한 단속기사가 보도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끔찍한 투견 도박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 필자는 그런 뉴스를 보면 그 때의 악몽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동물을 이용한 도박 사례를 상당히 많았다. 고대 로마에서는 사자나 호랑이를, 중세 유럽에서는 곰을 이용한 도박과 게임이 성행하였다. 하지만 이런 맹수들을 이용한 도박은 비용도 많이 들고, 맹수를 구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은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들인 개, 소, 닭 등의 가축을 이용한 도박을 개발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특이한 동물들을 이용한 도박도 동서양에서 행해졌다.

 

카라칼(Caracal), 터키어로 검은 귀를 뜻하는 고양잇과동물이다. 카라칼은 빅캣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작은 체구는 아니다. 카라칼 성체는 15~20kg에 달해서 아메리칸 코커 스파니엘과 진돗개의 중간 크기 정도는 된다.

 

ⓒ캉스독스 근대 영국에서는 요크셔 테리어가 쥐를 얼마나 잡는지를 놓고 도박을 했다.

카라칼의 주서식지는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와 중동과 일부 중앙아시아, 인도 서북부 지역이다. 자칼과 같이 비교적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하는 편이다.

 

카라칼은 가젤과 같은 빠른 짐승은 물론 야생 조류 사냥에도 일가견이 있다. 카라칼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놀라운 도약력을 가지고 있다. 몸을 웅크린 자세에서도 빠르고 날래게 점프하여 낮게 나는 새를 잡기도 한다.

 

중형견 크기의 카라칼은 치타처럼 사냥을 위한 사냥개 역할을 하기 위해 인도 등에서 키워지기도 했고, 카라칼을 이용한 사냥이 가장 활발한 곳도 인도였다. 인도에서는 카라칼을 사냥 외에 다소 특이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인도의 일부 도박꾼들은 카라칼이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비둘기를 잡을 수 있는 지를 놓고 도박을 하였다. 이 얼마나 잔혹한 도박이며 게임인가? 이런 도박에 무고하게 희생된 비둘기들의 명복을 기원하고 싶다.

 

카라칼을 이용한 비둘기 도박처럼 독특하면서도 잔인한 사례가 근대 영국에서도 있었다. 그 주인공은 카라칼 같은 맹수가 아닌 작고 예쁜 소형견인 요크셔 테리어(이하: 요키)였다.

 

요키가 잡았던 동물은 날짐승인 비둘기가 아닌 쥐였다. 카라칼이 비둘기를 얼마나 많이 잡는 지를 놓고 도박을 했듯이 영국인들은 요키가 얼마나 많은 쥐를 잡는 지를 놓고 도박을 하였다. 아무리 쥐라고 하지만 엄연히 생명이 있는 동물이다.

 

생사여탈을 놓고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라칼과 요키, 두 동물은 고양잇과와 개과에 속하는 전혀 다른 동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잔인한 도박 수단으로 활용된 전력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카라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하고 글을 마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고양이와 900만년 전에 다른 진화의 길로 간 카라칼(고양잇과-카라칼속-카라칼종)은 1998년 모스크바의 한 동물원에서 집고양이(고양잇과-고양이속-집고양이종)와 잡종 새끼(이속동물)를 낳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하이브리드 동물을 굳이 왜 사람들이 만들어야 할까? 상당히 회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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