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무작정 구해 달라 신고하지 마세요
2017.05.10 10:24:09 박은지 객원기자 기자 sogon_about@naver.com
지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동네 슈퍼마켓에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가 있었다고 한다.
안된 마음에 사료를 주며 겨울 내 돌봐주셨는데, 봄이 오며 그 고양이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출산할 곳을 찾는지 자꾸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사람에게 의지하려 해서, 한쪽에 출산할 만한 조용한 장소를 마련해 주었더니 그곳에서 네 마리 새끼를 낳았다.
지인네 집은 노령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고양이를 키우기 어렵고, 태어난 꼬물이들을 길에서 살아가게 두는 것도 안쓰러운 마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했다.
아기 고양이 발견했는데 어떻게 하나요?
매년 4~6월 즈음은 일명 ‘아깽이 대란’이라고 부른다. 발정기가 지나며 새끼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태어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돌봐주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거나, 혹은 길에서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며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측은지심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단 집으로 데려오거나, 아니면 구조 단체나 보호소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길에서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사실 좋지 않은 경우의 수는 많다.
일단, 어미 고양이가 당장 곁에 없다고 해서 그 아기 고양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해마다 수많은 아기 고양이들이 어미와 생이별을 한다. 어미 고양이들은 먹이를 구하러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둥지에 남아 있는 아기 고양이를 사람이 자꾸 만지거나 잠시 보호하려고 집에 데려갔다가 데려다 놓는 경우, 어미가 아기를 보살피지 않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아직 어미 손길이 필요한 생후 2개월 이내의 아기 고양이를 사람이 보살피는 것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냥줍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모자라다. 안쓰럽더라도, 길고양이의 생태에 맡겨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봄이 되면 보호소에 아기 고양이들이 입소하는 비율도 무척 높아진다. 최근 각종 보호소에서는 ‘수유 필요한 아기 고양이를 보호소로 보내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보호소에서 이 생명들을 다 돌보고 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기 고양이는 나라에서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 보호소에서 책임져주지도 않는다. 아기 고양이도 보호소에 들어온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예외 없이 안락사 대상이 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하여 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자기위안에 불과할 뿐, 그 고양이가 보호소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무척 희박한 셈이다.
그렇다면 구조해서 입양 보내는 것은 어떨까? 반쯤은 복불복이라 할 수 있다.
제일 나쁜 건 길고양이 새끼를 입양 보냈는데 파양 당하게 되는 경우다. 이미 사람의 손길이 닿고 영역도 바뀌었던 고양이는 다시 길로 돌려보내지면 살아남기 어렵고, 임보처를 전전해야 한다.
또한 혹시나 입양 이후 동물학대 등에 노출되더라도 보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입양은 신중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며칠 동안 어미 없이 한 자리를 맴돌고 있거나, 어딘가 몸이 아파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는 것은 물론 한 생명을 살리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어미와 생이별시키지 않으려면 고양이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이때 구조되거나 보호소에 입소하는 수많은 아기 고양이들도 펫숍의 유리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들과 다르지 않다. 봄마다 많은 아기 고양이들이 구조되는 만큼, 또 많은 길냥이나 유기묘들의 입양이 고려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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