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있는 집에서 미니멀리즘 시도하기

2017.05.19 09:00:00    박은지 객원기자 기자 sogon_about@naver.com
 

 

언젠가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기 시작했지만, 나로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미니멀 반대의 삶, 맥시멈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집에 들인 물건은 좀처럼 버리지를 못했다.

 

‘언제가 쓸지도 모를’ 물건들이 ‘최소 6개월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찬장이나 옷장 서랍’에 쌓여 있었다.

 

우리 집의 두 마리 고양이들도 ‘미니멀’한 삶은 될 수 없다는 나의 갖가지 이유에 핑계가 되어주었다.

 

바닥에 종이가 나뒹굴고 있으면 그 좁은 종이 위에 올라가 눕고, 택배라도 오면 어쨌든 택배 상자에 한 번은 입주해야 하는 녀석들 때문에라도 뭘 금방 버릴 수가 없었다. 소파 하나, 책상 하나, 책장 하나 들어가면 가득 차는 우리 집의 좁은 거실에는 스크래처도 세 개나 있었다.

 

일 년 밖에 살지 않은 집인데 벌써 잡동사니가 한참 쌓여가는 공간에서 지내다가 나도 문득 집 정리를 결심하게 됐다. ‘미니멀 라이프’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것은 마음먹고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년에는 이사를 해야 하고,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은데 집안 먼지라고 줄여서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주변에는 이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이웃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어설프게나마 ‘줄이고 버리는 것’을 배워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것을 버리는 건 그렇다 쳐도, 고양이와 공존하는 미니멀리즘은 어떤 것이 가능할까?

 

 

 

시작부터 무엇을 거창하게 하려다가는 작심삼일로 끝나기 십상이니, 두세 가지라도 마음을 먹고 작게 실천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는 책장이나 선반 위에 올려놓은 소품을 줄이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은 가구를 밟고 더 높은 가구로 뛰어 오르곤 했는데(식탁을 밟고 냉장고로 올라가거나, 책상을 밟고 책장으로 올라가는 등) 그 과정에서 작은 도자기 인형이나 엽서, 드라이플라워 따위가 바닥에 떨어지곤 했다.

 

캣폴이 있긴 하지만 가구를 캣타워 삼아 오르내리는 고양이를 위해 즐겨 올라 앉아 있는 자리에 담요나 방석을 올려두는 것도 캣타워 여러 개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고양이 용품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 주된 용품은 다름 아닌 장난감이다. 쥐돌이가 망가지고 낚싯대가 끊어져도 ‘언젠가 다시 쓸지 몰라’ 보관해놨던 장난감은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쓰지 않고 또 새 장난감을 사다 보니 서랍이 어느새 망가진 장난감들의 무덤이 되어 있었다.

 

 

 

세 번째로, 아무리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 해도 고양이를 위한 필수품은 줄일 수가 없기 때문에 같은 물건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크래처로 쓸 수 있는 면줄이나 삼줄을 책상이나 의자 다리에 감거나, 안 쓰는 도마 같은 것에 감아 걸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고양이들은 꼭 비싼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적은 비용으로 다용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혹은 요즘 서랍장 아래에 반려동물 밥그릇이 달려 있는 것처럼 사람 가구와 동물 가구가 합쳐진 제품도 있으니, 애초에 그런 것을 활용하는 것도 집안의 가구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아직은 한 걸음도 채 떼지 못한 초보 단계지만,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도 나름대로의 미니멀리즘을 만들다 보면 조금씩 여백 있는 삶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집안 곳곳에 고양이 용품을 놓아주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더 깨끗한 공간, 그리고 더 넓은 활동 가능한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집사의 생각일 뿐, 자세한 건 고양이의 의견을 물어보아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집사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청소할 수 있는 간결한 공간이 된다면, 실내 먼지의 미니멀리즘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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