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염 피로증?..사료 안 먹는다면 의심을
2017.06.09 17:01:46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고양이 ‘문’은 식습관 문제로 주인 속을 썩였다. 사료를 그릇 밖으로 흩트려서 바닥을 사료 천지로 만든 뒤에야 밥을 먹었다. 어떤 날은 밥그릇에 다가가기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 셰릴 앤 가드너(51세)는 사료 탓인지 의심했다. 사료도 바꿔봤지만, 문의 이상한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는 이유는 사료 탓이 아니라 ‘수염 피로증’ 탓일 수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드너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밥을 먹지 않는 이유 중에 ‘고양이 수염 피로(whisker fatigue)’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혹시나 싶어서 문의 밥그릇을 넓고 평평한 그릇으로 바꿨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그릇 테두리에 수염이 닿지 않자, 문은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같이 기르는 고양이 ‘루퍼트’도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을 즐기게 됐다. 게다가 문과 루퍼트의 턱 여드름도 사라졌다.
수염 피로는 상당히 생소하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심각하게 진단하는 증상이다. 고양이 수염은 민감하기 때문에, 깊은 그릇에 고개를 들이밀 때 그릇 테두리에 수염이 닿는 것은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수염이 닿지 않게 하려고, 고양이가 그릇 밖으로 음식을 쏟아버리는 것이다. 고양이가 음식에 까다롭단 악명을 얻은 이유도 수염 피로에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반려동물업체들도 고양이 수염 피로증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고양이용품 업체 헤퍼(Hepper)는 수염이 닿지 않는 그릇 ‘놈놈 보울’을 내놨다. 그릇 깊이를 2.5㎝로 얕게 만들고, 그릇 테두리에 경사를 만들어서 수염과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디자인했다.
헤퍼 창립자이자 산업 디자이너 제드 크리스탈은 “수염은 고양이에게 작은 안테나 같은 것”이라며 “수염이 하루 종일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음식을 찾아내고, 포식자를 감지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데 수염이 수집한 정보가 쓰인다.
가족 경영 반려동물업체 펫 퓨전(Pet Fusion)도 그릇 받침 높이를 10㎝ 높여서 수염 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닥터 캐츠비스(Dr. Catsby’s)도 수염 안심 그릇을 내놨다.
물론 고양이를 기른 경험이 많은 주인들은 비싼 전용 그릇을 살 필요 없이 접시면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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