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가 끝나고, 평범한 고양이로 살길 바라며

 

고양이 제이의 마지막 항암 치료 이야기

 

 

항암치료를 끝내고 약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제이는 완전히 평범한 고양이의 생활로 돌아왔다.

 

수염도 다시 자라고, 등에서 벗겨지고 있던 털도 보송보송하게 다시 났다. 잘 먹고 잘 놀고 그루밍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이어지니 나 역시 더 이상 조마조마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간 아팠던 시간이 마치 거짓말처럼 오래된 일로 느껴졌다.

 

제이가 내 손을 핥으면 고양이의 혀 감촉이 까칠까칠 아프지만, 항암 약을 먹지 않으니 어디든 마음껏 핥도록 내버려두는 작은 일상마저 나를 행복하게 했다.

 

3개월쯤 지나 병원에서 상담했을 때 짧게는 3개월 만에도 재발될 수 있으니 앞으로 몇 번쯤 CT 촬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제이는 종종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을 오가긴 하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아무런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제이는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냥냥 소리를 내며 달려왔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내가 침대에서 돌아 누우면 내 얼굴 쪽으로 옮겨 가면서 누웠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의 항암치료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끝난 셈이었다. 건강한 제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한없이 행복했다.

 

어떤 날에는 TV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연예인이 나와 반려묘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고양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제이를 쳐다봤다.

 

“제이야,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고양이는 너 아니었어? 저기 또 있나 보다.”

 

내가 실없이 웃으며 뽀뽀를 하자 제이는 그 타이틀에 하나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폈다.

 

부드러운 갈색 털에, 말랑말랑한 분홍색 젤리, 가끔 깡패처럼 치켜뜨는 눈매까지, 내가 보기에는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그 작은 앞다리를 쭉 뻗어 내 팔이나 얼굴에 가져다 대면 따끈따끈한 젤리의 체온이 느껴지곤 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예고 없이 자기 별로 사라져버리는 외계인 남자주인공과 지구인 여자주인공이 서로를 더 뜨겁게 사랑하게 된다는 엔딩이 나오는데, 헤어짐의 위기를 느껴봤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에 충실하게 되는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았다.

 

지난번 25주 항암치료를 마친 이후 나는 이전보다 훨씬 자주 제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저 하늘에서 먼저 떠난 개가 마중 나온다는 ‘개 마중’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고양이를 키우는 한 이웃이 웃으며 말한 적이 있다.

 

“요 고양이들도 마중 나올까요? 이 녀석들 시크해서…….”

 

혹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느라 마중 나오는 걸 깜빡 잊더라도, 내가 제이를 얼마나 사랑했고 제이가 얼마나 사랑받으며 살았는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언젠가 제이가 내 곁에서 떠나더라도, 내 사랑을 듬뿍 이불처럼 덮어 포근한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꾸만 제이에게 사랑한다고, 원래는 입에 잘 붙지도 않았던 그 말을 나는 수없이 속삭여준다.

 

그것만이 언젠가 맞이할 이별의 순간에 나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기억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한 차례 치료 과정이 끝난 이후에도 제이는 몇 번 더 병원을 가고 이후의 치료 과정을 유지하며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예전보다 가족이 늘어나고 새로운 집단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겨우 고양이 한 마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느꼈다. 겨우 고양이 한 마리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삶은 평생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고, 같은 애묘인이라 해도 내 방식이 너무 유난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어떠한 삶이 정답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삶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도 나는 존중하고 싶다.

 

다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결혼을 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의견을 좁혀가고 타협하는 과정은 서로를 위해서 꼭 필요할 것이다. 많은 대화, 그리고 내가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배려와 양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나로서는, 내 남편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차츰차츰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기꺼이 들여놓아주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또 생애 첫 반려동물의 기나긴 항암치료의 여정에도 함께해주었다는 결심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고마웠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났을 때에야 나도 정신을 차리고 남편이 나를 위해 얼마나 양보하고 내려놨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제이에게는 여전히 기적이 필요하고, 우리는 함께 있는 매 순간을 마음 깊이 소화시켜 감사하게 되었다.

 

아직 미래를 알 수 없는 제이의 삶이 어떤 식으로든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고, 제이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픈 고양이들에게 큰 행운과 기적의 가능성을 나누어주고 싶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 제이의 항암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걱정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 고양이 제이의 항암 치료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 도서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07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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