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냥"

2017.07.17 16:34:19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고양이는 신비하고, 신기하고, 신선한 존재다.

 

고양이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을 키우는 집사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래서인지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보는 문구 중 하나가 "대체 왜 이럴까요"이다.

 

두 고양이와 함께 사는 김인경 씨 부부 역시 이 말에 100% 공감한다. 특히 4살 된 터키시앙고라 '베리'를 보고 있자면 더욱 그렇다.

 

"백성들은 듣거랑, 수라캔을 대령하랑"

 

"내가 임금 고양이........하겠다냥"


캣타워 꼭대기, 꽉 끼는 자리에 올라 앉아 지그시 아래를 내려다보는 베리.

 

종종 반복되는 베리의 행동에 대해 인경 씨는 "정말 1도 모를 녀석"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글쎄요. 고양이왕국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거 보면 얘는 정말 전생에 귀족이 아니었나 싶어요."

 

인경 씨 말처럼 자비롭지만 다소 도도한 베리의 표정이 왕이나 임금이 신하를 바라보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인경 씨 부부는 2011년 대학생이 경제적 문제로 파양한 고양이 '키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집사의 길에 들어섰다.

 

2년 후 키티는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인경 씨는 그중 가장 못생겼지만 붙임성이 좋은 막내를 남기고 다른 아이들은 분양을 보냈다.

 

그 막내가 베리다.

 

개인기가 많은 베리

 

인경 씨는 "베리가 남자아이라 그런지 어미묘와는 다르게 엉뚱한 짓을 참 많이 해요"라며 "그래서 황당하기도 한데 웃을 일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캣타워에서의 '고양이왕 놀이(?)'말고도 베리의 전매특허 행동이라고 하면 '우아한 턱 괴기'가 있다.

 

절대 바닥에 턱을 내려놓지 않고 집사의 손이든, 빨래더미, 철제봉 등 뭔가를 걸치고 눕는 것.

 

"내 턱은 소중하니까"

 

"품위 없게 바닥에 턱을 댈 순 없지"


그렇다고 마냥 도도한 것만도 아니다. 집에 배달이 오거나 인터넷 설치를 하러 오는 처음 보는 분들과 낯가림 없이 한참을 노는 것도 베리의 일상이라고.

 

인경 씨는 "보통의 고양이와는 다른 느낌인데, 일관되게 정리하기가 어려운 녀석"이라면서도 "그래도 제 눈엔 세상 최고의 고양이"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그래서 오늘도 인경 씨는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하며 고양이왕이 된 베리에게 "주인님, 집사가 여기 있습니다"를 기꺼이 외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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