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에도 척척 '스스로 멍뭉이'
2017.07.20 17:52:49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아장아장, 폴짝, 사뿐.
동물병원에 들어서자 가방을 맨 갈색 강아지가 아장아장 걸어가 체중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사뿐하게 앉아 몸무게를 잰다.
10개월령 애프리푸들 '구월'이다.
"올라가", "앉아"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척척 해내는 폼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견주 이소현 씨는 "저도 깜짝 놀라곤 해요. 처음엔 제가 (체중계에) 올려줬는데 이제 알아서 올라가 앉아 있어요"라고 뿌듯해했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 전 가장 먼저 할 일이 몸무게를 재는 일이라는 걸 구월이도 아는 것 같다고.
평소에도 구월이는 눈치 백단의 영특한 강아지였다.
"패드에 배변훈련을 하다가 씻으려고 잠깐 치운 거였는데 구월이가 그때부터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뜻하지 않은(?) 성공 이후 소현 씨는 구월이가 생각보다도 훨씬 똑똑하다는 걸 눈치챘다고 한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구월이는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입양이 안 되던 강아지였다.
소현 씨는 형제들이 다 입양될 때까지 혼자 남겨져 있던 구월이의 사연을 듣고 왠지 정이 가고 안쓰러워 데려오게 됐다.
어릴 때부터 주변의 반려인들을 보며 언젠가 반려견을 꼭 키우겠다고 꿈꿔왔던 소현 씨가 구월이와 함께 꿈을 이루던 순간이었다.
"구월이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예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녀석이에요. 앞으로 잘 키워야죠."
구월이를 통해 꿈을 이룬 소현 씨와 소현 씨 덕에 좋은 가족을 만난 구월이. 두 사람의 인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하고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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