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고양이의 안전한 밥자리를 위하여"
2017.08.20 17:12:35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고양이급식소연대 1년.. 권창규, 신지윤 공동대표 인터뷰
[노트펫] "동네에서 고양이 밥을 줬는데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오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밥자리를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 없을까?" (권창규 대표)
"저 역시 고양이에게 밥을 줬는데 솔직히 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비난 받는 게 아닐까 걱정되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신지윤 대표)
1년 전 이맘때였다. 두 사람처럼 길 위의 고양이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만든 비영리 단체 '고양이급식소연대'다.
지난해 10월 31일 10명 남짓한 회원 수로 시작한 카페는 이제 409명(17일 기준)으로 늘었고, 이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고양이 운동'을 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원당 부근에서 고양이급식소 연대 권창규(41), 신지윤(39) 공동대표를 만나 1년간의 활동을 되짚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금손의 집밥' 18호점이 생기기까지
길 위에 사는 고양이를 살 수 있도록 해 보자며 출발한 고양이급식소연대가 가장 처음 시작한 일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급식소 설치'였다.
회원 대다수가 경기 고양시에 사는 만큼 급식소 설치 역시 고양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고양이 급식소를 조선 시대 숙종의 고양이였던 '김손'의 이름을 따 '금손의 집밥'이라 이름 지었다. 김손처럼 진수성찬을 먹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신 대표는 "이 모임이 만들어질 무렵 제가 쓰기 위해 만든 '은폐용(?) 급식대가 있었어요. 바위 모양 안에 사료통을 넣을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그게 금손의 집밥 1,2호점이 되었죠"라고 설명했다.
사실 고양이급식소연대가 구상한 가장 안전한 급식소는 '고양시청의 도장이 찍힌 것'이었다.
권 대표는 "고양시 관계가들과 회의를 하기도 했는데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어요"라며 "마냥 기다리기는 지지부진했고 저희들끼리 복작거리며 급식소를 만들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급식대를 맞춰 직접 방수 페인트를 칠한 후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일을 이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안내문'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어졌고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기보다 한 가지 일을 하면서 필요한 게 보이면 논의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어요. 한 술을 왕창 떠먹는다고 배부른 게 아니잖아요."(신 대표)
그렇게 하나씩, 하지만 꾸준히 일한 결과 금손의 집밥은 현재 18호점까지 세워졌다.
# "고양이 밥 주는 건 싫어해도 청소 싫단 사람 없더라"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글 쓰는 일을 하는 권 대표와 만화를 전공하고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신 대표는 합이 잘 맞는 편이다.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고양이급식소연대 카페의 자료를 권 대표가 모은다면, 일에 필요한 로고, 포스터, 캐릭터 등은 신 대표가 만든다.
이들은 이것들이 고양이급식소연대의 소중한 자산이긴 하지만 꼭꼭 숨겨놓고 자신들만 볼 용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희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 어디도 자료가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자료성애자'가 되어 작은 것까지 다 모아 놓게 된 것 같아요.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됐을 때 이 자료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권 대표)
꼼꼼한 자료 수집과 못지않게 두 대표가 모두 성공적이라고 여기는 활동은 지난 4월 시작한 '청소운동'이다.
한 달에 한 번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모여 급식소 주변을 청소하는 이 일은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희가 '고양이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이게 고양이랑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결국 사람과 하는 일이고 합의의 문제거든요. 급식소 주변을 청소해서 고양이가 동네를 지저분하게 하지 않는다는 인식 변화가 생기면 더 안전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수 있잖아요."(권 대표)
신 대표는 "고양이 밥 주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많이 계셔도 청소한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세요"라며 "청소할 때마다 음료수며 많이 받아 먹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재능으로 생명을 살린다
지난 1년간 다양한 활동을 꾸려온 고양이급식소연대. 하지만 두 대표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년 정도 단체를 이끌다 보니 "실물 급식소를 설치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가장 시급할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는 것.
최근 중성화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고양이에게 가장 시급하면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 고양이급식소연대는 항상 그것을 찾고 있다.
"이제 고양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도 일을 확장해 보려고 해요. 우선 서울 관악구와 함께 청소운동을 계획하고 있어요."(신 대표)
2년 대표직을 맡고 이제 절반가량 뛰어온 두 사람. 종종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대체 내가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한 번씩 미소 짓게 되는 순간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한다고.
권 대표는 "앞으로 또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재능을 끌어모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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