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애견거리의 쇠락, 그 3가지 이유

2015.06.08 17:46:25    김서연 기자 mainlysy@inbnet.co.kr

 

전성기 구가하던 충무로 애견거리, 현재 10여 곳만 남아

인터넷 발달에 분양 파워 상실

끊이지 않는 불신의 늪..변신 노력도 미흡

   

                                       ⓒ노트펫 소규모 상권으로 변해 '충무로 애견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난 4일 충무로 애견거리(이하 충무로)를 찾았다. 지금은 그 위세가 크게 꺾였다고 하지만 한 때 국내 애견 분양의 중심으로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까지 겹쳐 더 한산했던 충무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여 곳이 넘었다던 충무로는 애견숍과 동물병원 등을 포함 약 10여개의 점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충무로 애견거리구나' 하면서 발걸음을 옮긴 순간 이미 거리의 끝에 다다를 정도였다.

  

과거 자료들을 보면 1950년대 중반 이 곳에 애견숍이 하나둘 자리를 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애완견을 키울 수 있는 여력이 됐던 부유층들을 상대로 세를 키워 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층 대상이다보니 아무래도 분양하는 개들도 고가의 종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전 대통령 내외는 당시 미국에서 데려온 킹찰스 스패니얼 종 4마리를 키웠다. 

  

1980년대 들어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된 것은 충무로가 위상을 굳히는 계기가 됐을 법하다. 동물저널리스트 캉스독스에 따르면 중국이 개방개혁정책에 박차를 가한 1980년대말 중국인들이 충무로에 나타났다. 중국의 신흥 부유층에 선물로 줄 순종 견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충무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00년대 들어 보호자들 사이에서 '충무로를 거쳐야 견적이 나온다'라고 할 정도로 충무로는 장사진을 이뤘다. 미국의 유명한 셀러브리티인 패리스 힐튼이 내한했을 때 애완견을 이곳에서 분양하면서 화제가 됐다. 순항하던 충무로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쇠락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넷의 발달..개인간 분양 활성화

 

업계에서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보다 더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된 점이 충무로의 쇠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무로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데에는 분양이나 견종 등 각종 정보에 대해 충무로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다.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들도 그같은 정보에 보다 더 쉽게, 혹은 충무로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정보 습득도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분양 받을 수 있는 경로도 어느덧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아오는 상황이 됐다. 국내 최대 애견 커뮤니티인 강사모(강아지를사랑하는모임)의 회원수는 100만명을 웃돈다. 여기서 오가는 분양 정보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런 통신의 발달로 충무로의 막강한 위상은 유지되기 어려워 졌다. 

 

◇끊이지 않는 소비자 불만

 

보호자들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공간인 인터넷 세상, 그 세상에서 충무로는 가지 말아야할 곳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한다는 것이 께림칙하기는 하지만 돈이 오가는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강아지 분양에 있어서 가장 흔한 소비자 불만은 데려온 강아지가 아프고, 말했던 것과 다르거나, 혹은 분양 조건이 다른데도 돌려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 불만의 대부분이 충무로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고 한다. 충무로에서 환불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다. 여자친구 선물을 분양받은 강아지가 시간이 갈수록 애초의 그 견종이 아니었다. 이에 화가 난 이 사람은 찾아가서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숍에서는 절대로 환불해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더 화가 난 이 사람은 자기 동료들을 하나둘 부르기 시작했고, 경찰차 역시 혹시 모를 충돌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 이 사람의 직업은 속된 말로 조폭이었다 한다. 동료들을 열 명 넘게 부른 뒤에야 환불에 성공했다고 한다.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애견숍 한 관계자는 "충무로에서 환불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로 인식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보호자들은 더 이상 충무로에 기대지 않아도 됐다.  

 

◇전문 분양숍의 등장

 

또 하나 지적할 만한 점은 막강한 경쟁상대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들어 신세계의 몰리스펫샵이나 롯데그룹의 펫가든의 등장이 충무로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등장한 것인 2010년 이후다.

 

이미 그전부터 충무로의 위상에 타격을 줄만한 경쟁 상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기업형 전문 분양숍의 등장이다.  최근 들어 SNS에 자신의 개나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었다. 50대 이상의 연예인들이 키우는 개들은 일반 가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다. 그런데 아이돌 등 20, 30대 연예인들의 개는 정말 예쁘고 사랑을 독차지할 만하다.

 

어디서 분양받았을까. 강남에 가보면 연예인 숍이라 할 정도의 전문 분양숍이 있다고 한다. 과거 같았으면 충무로에서 분양받았을 법하지만 이제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 숍은 자본력 뿐만 아니라 혈통 관리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한 숍에들어갔다 나오는 한 보호자는 "지나가다 들렀는데 여전히 달라 진 게 없다"며 "충무로 애견거리의 판매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게 문제다. 조금 비싸더라도 대기업 펫숍에서 마음 편하게 분양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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