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급식소, 이렇게 멋져도 돼?'
2017.09.04 16:55:3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정말 길고양이 급식소라고요? 우리 동네에도 설치하고 싶어요."
최근 서울 관악구 곳곳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업어오고 싶은 물건'으로 등극했다.
가로, 세로, 높이 각 45cm 크기에 친환경 나무로 제작된 길고양이 급식대.
고양이 식기는 앞에서 봐선 안 보이고, 그래서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는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존 국회, 공원 등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는 대부분 단조로웠다.
간단히 식기를 올려 놓거나 앞에 식기를 놓을 수 있는 네모난 형태의 고정식이거나, 새집 형태를 고양이 덩치에 맞게 키운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관악구에 설치된 급식소는 이전과 무척이나 다르지만 엄연히 길고양이들을 위한 식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급식소가 길고양이의 습성과 환경을 고려해 제작됐다는 것이다.
전면부에 뚫린 구멍은 혹시나 모를 침입자가 오지 않는지 내다볼 수 있는 창 역할을 한다.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길고양이들이 사료를 먹을 수 있으니 덜 불안해할 수 있다.
전면부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것은 하늘에서 새들이 사료를 발견하고 날아와 쪼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식대를 바닥에서 띄운 데에도 이유가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미 등 벌레들이 들끓는 것을 막아준다.
이 디자인은 바닥을 띄워 놓은 덕분에 양옆과 앞, 세 방향으로 탈출이 가능하다. 해코지하는 이들이 다가오는 상황을 가정한 셈이다.
새집 형태의 경우 양옆을 막아버리면 고양이는 꼼짝없이 갇히고 포획당할 수 있다. 실제 종종 나쁜 의도를 갖고 이렇게 포획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 대학교에 길고양이 집을 지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냥이 프로젝트'의 낫포세일(Not For Sale)팀이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공공 성격이 강하다 보니 원재료비를 빼고는 전부 다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낫포세일팀 리더인 서울대 수의학과 김민기씨는 "기존 급식소가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캣맘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문제점들을 수집하고 조사했다"며 "기능적인 측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낫포세일팀은 출범 취지대로 현재 중앙대학교 안에 설치할 길고양이 급식소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 역시 관악구 급식소와는 또다른 중앙대학교 특성에 맞는 급식소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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