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버려진 개..입주자대표와 관리직원 옥신각신한 사연

2017.09.20 16:31:39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경남 양산의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발견된 말티즈

 

[노트펫] 아파트 단지에 버리고 간 강아지를 관리소 직원이 거둔 사연이 훈훈함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45분쯤 경상남도 양산의 한 아파트에 이동장을 든 20대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은 화단 앞으로 가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동장을 내려 놓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모습은 아파트 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도윤 씨는 이날 밤 회의차 관리소에 들렀다가 이 일에 대해 알게 됐다. 그 남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개를 데리고 간 사람도 없었다. 

 

강아지 가방을 들고 아파트 뒷문으로 들어온 남성

  

얼마 후 가방을 화단 옆에 둔 남성이 빈손으로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

 

이 씨는 "주민분이 강아지를 발견하고 관리소로 데려온 상태였다"며 "주인을 잃은 건지, 누가 두고간 건지 확인하고자 CCTV를 돌려보니 유기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평소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뒷문으로 들어와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 남의 아파트 단지에 개를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됐다. 

 

유기된 강아지는 말티즈로 털이 많이 뭉쳐 있고 냄새가 심했다. 관리소에서 일단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강아지를 씻기고 먹을 것을 줬다.

 

이 씨는 "강아지가 꼬질꼬질하긴 했지만 아파 보이진 않았고 사람을 좋아하는지 계속 꼬리를 흔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우선 입주민 인터넷 카페에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다. 목격자를 찾는 한편 강아지를 길러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강아지를 세 마리나 기르고 있어서 쉽게 제가 데려가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안쓰러워서 유기견센터에는 보내고 싶지 않아 아내와 상의를 하고 있었어요."

 

유기견 입양이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어느새 마음은 기울고 있었던 것. 

 

목욕 후 놀고 있는 말티즈

 

 

그런데 비슷한 시각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이 강아지를 챙겨줬던 관리소 직원이었다.

 

행동은 관리소 직원이 더 빨랐다. 20일 오전 이 씨는 그 관리소 직원이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씨는 "사실 유기한 사람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찾기 위해 제보한 것이었는데 곧장 입양자가 나타나 조금은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함께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저렇게 버려지는 강아지가 너무 안쓰럽다"며 "처벌도 처벌이지만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 회의를 거쳐 강아지를 놓고 간 사람에 대한 경찰 조사 요청 등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