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길고양이 200만마리 살처분 나선 까닭
2015.07.24 06:00:0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우리 시대에, 우리 눈앞에서 종의 멸종을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2020년까지 앞으로 5년간 길고양이 200만마리를 살처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난 19일 그렉 헌트 호주 환경부 장관이 인용한 문장이다.
200만 마리는 호주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의 약 10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호주 정부는 길고양이가 대체 어떤 피해를 주고 있길래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일까.
인디펜던트 등 호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지역에는 당초 고양이가 살지 않았다. 그러다 유럽인들이 호주로 이주해 오면서 같이 유입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이다.
특별한 천적이 없었던 고양이는 그후 호주와 뉴질랜드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호주 지역의 외래종은 고양이 뿐만이 아니다.
호주의 대표 상품중 하나가 된 소는 구대륙에서 유입된 뒤 현재 인구보다 많은 40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토끼는 사냥용 여우의 먹잇감으로 수입된 이해 최소 수억 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도 그렇다. 심지어 19세기 운송수단이 열악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여온 낙타도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이런 외래종이 마구잡이로 들어 오면서 호주 대륙에 살던 토종들이 대거 멸종 사태를 맞았고, 멸종은 현재 진행형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호주 대륙의 멸종 규모는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최악이다. 유럽인의 이주 이후 최소한 29종의 포유류가 절멸했다. 1800종은 멸종위기종이다.
그러니 호주 정부가 멸종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호주는 물론이고 일본 등 섬나라는 특히 동물을 데리고 갈 때 엄청 까다로운 검역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유종 보호를 포함해 생태계를 유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이들 섬 국가까지 동물을 데리고 가는데는 최소 7개월 이상이 걸린다. 또 올해 호주에서 문제가 된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의 무단반입 사건에 대해 법적 처벌절차를 밟을 정도로 법의 집행도 엄격하다.
특히 고양이가 관리대상이 된 것은 포식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사냥능력은 가공할 만해서 현재 하루 2000만 마리의 고양이가 7500만 마리의 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유종 역시 고양이의 사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인근 뉴질랜드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길고양이는 종종 생태계의 악마(evil)로 묘사되고는 한다. 고양이들이 아주 효율적인 사냥법으로 새들을 닥치는대로 잡아 먹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고양이는 '뼛속까지 킬러'(natural born killer)다.
호주 정부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고양이가 새 35종, 포유류 36종, 파충류 7종, 양서류 3종 등의 호주 토종동물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호주 어느 지역이든 고양이를 유해동물(pest)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구제책을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호주 정부의 들고양이 구제계획에 대해 고양이 애호가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고양이 구제를 계획대로 실행한다고 해도 멸종위기종들이 위험에서 벗어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손쉬운 방법으로 살처분이라는 수단을 내놓은 것이 아니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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