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9년 만에 주인 품에 돌아와 숨진 20살 고양이

2019.03.27 17:00:06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주인 마이크 마셜과 20살 고양이 밥시.

 

[노트펫] 20살 먹은 고양이 ‘밥시’가 실종 9년 만에 주인 마이크 마셜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주인 품에서 몇 시간을 보낸 후 숨을 거뒀다고 영국 웨일스 뉴스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영국 웨일스 브리젠드 마을에 자리한 마셜의 집에서 5마일(약 8㎞) 떨어진 곳에서 밥시를 구조했다.

 

젬마 쿠퍼 RSPCA 조사관은 밥시에게 마이크로칩이 있는지 스캔한 뒤 깜짝 놀랐다. 밥시가 무려 지난 1999년 1월에 태어난 20살 된 고양이인데다, 9년 전에 실종된 주인 있는 고양이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밥시가 죽었다고 짐작한 마셜은 한쪽 시력을 잃고 다리를 다친 채로 돌아온 밥시를 보고 믿기지 않았다. 쿠퍼 조사관은 “밥시의 주인이 정말 놀랐다”며 “다행히 그가 이사 가지 않고, 전화번호도 그대로여서 밥시를 바로 돌려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밥시는 마셜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고속도로를 사이에 둔 탓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밥시가 어떻게 고속도로를 건너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집사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9년간 머문 것으로 보아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조사관은 “내가 밥시를 주인에게 건네주자, 밥시는 그를 바로 알아보고 가르랑거리기 시작했다”며 “틀림없이 전율한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마셜은 밥시와 재회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후, 밥시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수의사는 안타깝게도 노령에 건강상태까지 악화된 밥시를 안락사 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유했다.

 

마셜은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밥시가 죽기 전에 몇 시간이라도 함께 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다. 마셜은 밥시가 집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웠다. 한시라도 빨리 밥시를 찾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 것.

 

쿠퍼 조사관은 “그것은 너무 슬펐지만, 적어도 밥시는 마지막 한 번이라도 주인과 함께 있을 수 있었고,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며 “9년간 밥시가 무엇을 했는지 미스터리지만, 아마 누군가 밥시가 20살이 될 때까지 돌봐준 것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마셜은 지난 2003년 밥시를 입양해, 함께 한 시간보다 잃어버린 시간이 더 길었다.

 

지난 2003년 고양이 보호단체 ‘캣츠 프로텍션’에서 밥시를 입양한 마셜은 “확실히 밥시의 20년 인생은 활동적이고 모험으로 가득했지만, 밥시를 평화롭게 가게 해주기로 결정했다”며 “밥시가 마지막 몇 시간을 남겨두고 집에 돌아왔고, 그 사실 때문에 나는 친절과 동정심을 보여준 이들에게 평생 감사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길고양이를 보고 밥을 주고 돌봐준 이들에게 혹시 주인이 있는 고양이일지도 모르니까, 꼭 마이크로칩 스캔을 주선해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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