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경찰서에 두고 간 스티로폼 상자에..강아지 7마리가 '꼬물꼬물'
2024.04.22 16:11:31 박찬울 기자 cgik92@inbnet.co.kr
[노트펫] 한 할머니가 경찰서에 스티로폼 상자를 두고 갔길래 열어 보니 어린 강아지 7마리가 들어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때는 지난 12일, 경상북도 봉화군에 거주하는 가은 씨는 한 할머니가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버스에서 내리시는 걸 목격했다.
혼자 큰 상자를 옮기시는 것을 보고 가은 씨가 도와드리겠다며 상자를 들어 드렸는데. 하지만 할머니는 목적지도 내용물도 알려주지 않았다.
할머니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경찰서였는데. 이곳에 두면 된다며 가버리신 할머니. 상자를 열어봤더니 그 안에는 강아지 7마리가 들어 있었다.
가은 씨는 본지와 연락에서 "들고 오는 내내 아무런 움직임도, 작은 소리도 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며 "그 안에 7마리나 되는 강아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자초지총을 들은 경찰관들이 강아지가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그늘 자리를 마련해줬다. 가은 씨와 함께 경찰관들은 강아지들을 안아 주고 물도 먹여줬다고.
사실 이날은 가은 씨의 생일이었다는데. "제가 태어난 날 일곱 마리나 되는 소중한 생명들을 책임지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는 가은 씨.
이어 "제가 좋은 가정에서 잘 자라왔듯이, 이 아이들도 꼭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모두 입양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아지들은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농정축산과에서 관리하는 유기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 다행히 두 마리는 센터 직원분이, 한 마리는 경찰서를 지나가다 이 강아지들을 봤던 주민분이 입양했다.
가은 씨도 강아지들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인 한 명이 한 마리를, 두 마리는 동물 관련 법안 발의로 힘쓰고 있는 한정애 국회의원실 조선옥 보좌관의 소개를 통해 입양됐다.
남은 강아지는 한 마리. 가은 씨는 "형제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있는 녀석이 눈에 계속 밟힌다. 하루빨리 가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양 문의는 봉화군농업기술센터(대표전화 054-679-6811)를 통해 가능하다.
'지역에 맞는 시골 개 중성화 방안 필요해'
가은 씨는 할머니가 유기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시골 개 중성화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와 경찰서에 두고 가신 건 나름대로 강아지들을 살리기 위한 할머니의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상자에 강아지들을 넣고 긴 시간 버스를 타고 오시던 어르신의 심정도 편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르신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지역의 상황을 고려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가은 씨는 "이미 국비, 도비, 군비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지만, 관내에 병원이 없어 인근 영주시까지 나가야 하기에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제도와 의지가 있어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5조(동물의 기증 또는 분양 대상 민간 단체 등의 범위)에 따라 자원봉사자나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시골에서는 개를 반려동물보다 가축으로 보는 인식 때문에 동물보호 관련 단체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이어 가은 씨는 "봉화군 2024년 실외사육견 중성화 수술비 지원사업 계획을 보면 마을별로 집단화해서 중성화를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러한 규정을 근거로 각 단체와 연계해 사업이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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