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BCS-5를 향하여
중년의 한 여성분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눈에 봐도 육중한 몸매의 갈색 푸들을 안고 내원했다. 해범이라는 이름의 이 푸들은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앞다리를 전다고 했다. 다리가 아픈 아이를 걸릴 수 없어 안고 오시느라 보호자 분은 기진맥진이었다.
간단한 신체 검사를 하고 해범이를 걷게 해보니 오른쪽 앞다리를 살짝 절고 있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발목관절에 퇴행성 관절염 소견이 보여 보호자에게 설명했더니 이제 4살인데 벌써 관절염이 올 수 있는지 의아해 했다.
4살 반려견은 사람 나이로 이제 30대 중반. 퇴행성 관절염이 오기에는 이르지만 비만견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범이는 꼬리에도 살이 올라있을 정도로 비만인 상태였고 푸들의 얇고 긴 다리로 그 체중을 견디기 버거웠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체형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BCS(신체조건지수=body condition score)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체형에 따라 1부터 9까지 단계로 나뉘며 가장 마른 상태가 1, 가장 비만한 상태가 9에 해당된다.
품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5에 해당하면 이상적인 몸매로 보게 되는데 손으로 가볍게 만졌을 때 약간의 지방으로 덮인 갈비뼈가 느껴져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갈비뼈 뒤쪽으로 허리가 구분되어야 하고 옆에서 봤을 때 흉강보다 복강 둘레가 더 좁아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만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관절질환과 심혈관 질환은 물론 내분비질환, 간질환, 피부질환,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열을 발산하는 능력이 떨어져 고체온증에 빠지거나, 혹여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마취의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체중감량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우선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BCS를 파악하고 BCS 5에 가까운 최종 체중을 설정한 후 주당 0.5-2%의 체중 감량을 통해 총 몇 개월에 걸쳐 감량할 지 계획을 수립한다. 다음으로 방법을 결정하는데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한다.
식이 요법으로는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체중 조절용 사료를 이용한다. 체중 조절용 사료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지방함량이 낮으면서도 적절한 단백질 양을 유지하여 칼로리는 낮으면서도 포만감을 주고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제공한다.
운동은 관절질환과 호흡곤란 등을 고려하여 초기에는 한 번에 길게 하는 것과 보다 짧게 여러 번 하는 것을 권장하고 적응 기간이 끝나면 조금씩 늘려가도록 한다.
라디오에서 벚꽃엔딩이 들리기 시작하는 걸 보니 확실히 봄이 온 것 같다. 얇아진 옷차림에 벌써부터 여름을 걱정하며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혼자하는 다이어트는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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