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여름 40대 A씨는 제한 속도 50km의 지방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앞에 가던 차량이 설듯말듯하는 바람에 부아가 치밀었다. 차안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하는 순간 그 차는 비상등을 켜고 도로 옆에 정차했고, 왜 저런다지 하면서 그 옆을 지나쳤다. 잠시 뒤 백미러로 보이는 뒷차의 상황을 보고 미안해 졌다.
여성 동승자가 비닐를 손에 쥐고 내리는가 싶더니 도로 옆에 놓여져 있던 동물을 치우는 것이었다. 로드킬 당한 동물을 가엽게 여겨 치워주는 모양인데 잠시 동안의 답답함을 못참고 짜증을 낸 자신이 다소 민망해졌다. '저런 사람도 다 있구나' 하면서 말이다.
눈앞에 놓인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보는 운전자나 보행자의 반응은 어떨까. 이처럼 직접 처리하려는 사람이 많을까. 가장 흔한 반응은 별탈없이 사체를 피해서 지나가자는 것일 것이다. 누가 신고하거나 치우겠지 하면서 말이다.
속도를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 옆차선에 차량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사체 위로 차를 몰아야 한다. 이 경우 한동안 찜찜한 기분을 버릴 수 없을 테지만 신고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미 잊고 싶은 일이 됐으니. 이 때문에 동물사체는 도로 위에서 납작해지는 처참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로드킬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나가다 봤다고 해서 가엽다고 차를 세우고 직접 처리하려 드는 것은 성급한 행동이다. 2차 사고의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생활민원서비스 전화번호인 120번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서울의 경우 120 다산콜에 전화해서 생활행정 상담사에 신고하면 각 지자체나 도로 관리 주체로 연결해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유료도로든 지방도로이든 이것은 상관이 없다. 지역번호를 쓰는 곳이라도 120번으로 신고하면 된다. 120번으로 걸면 각 지자체로 연결되고, 다시 처리부서로 연결돼 처리를 담당한다.
직접 동물사체 처리에 나서는 기관도 있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다. 120번과 연결돼 있기도 하지만 고속도로 사고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도 신고를 받고 있다.
고속도로 상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발견했다면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 - 2504)에 전화해서 사고접수 코너(단축번호 2번)나 직접 상담사에 신고하면 된다. 가장 가까운 도로공사 지사에서 처리반이 나와 사체를 처리한다.
충격에 머릿속이 하얗다면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직접 담당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120나 처리 부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야생동물을 포함해서 한 해 30만 마리 가까이의 동물이 도로 위에서 차량에 치어 숨지는 로드킬(Road Kill)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철은 동물들의 활동이 왕성하고 특히 유기동물 발생도 가장 많은 철이어서 운전자 입장에서는 로드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때이기도 하다.
나는 별탈없이 그냥 지나쳤다하더라도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120번에 신고하자.
<저작권자 ⓒ '반려동물과 행복한 세상'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