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토의 해충퇴치용 반려견 목걸이. [출처: 세레스토 홈페이지] |
[노트펫] 미국 뉴저지 주(州)에 사는 론다 봄웰은 수의사의 권유로 9살 파피용 안내견 ‘피에르’에게 독일 화학회사 바이엘의 ‘세레스토’ 진드기 방지 목걸이를 사줬다. 하루 뒤인 지난 2020년 6월 2일 오후 피에르는 발작을 하다가 기절했다. 반려견의 눈이 돌아갔고, 숨을 쉬지 않았다.
놀란 보호자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보호자와 피에르가 경찰차를 타고 동물병원에 닿기 전에 피에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봄웰은 피에르의 목에서 세레스토 목걸이를 풀어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시 자책했을 뿐 “나는 단지 그것과 (피에르의 사고를)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충퇴치 목걸이 제품 중 하나인 세레스토 진드기 방지 칼라가 1700마리 가까운 반려동물의 죽음과 7만여 마리의 부상에 관련됐고 심지어 사람도 900명 넘게 다쳤지만, 미국 환경청(USEPA)이 대중에게 세레스토 목걸이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엘이 개발하고 미국 제약회사 엘랑코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레스토 목걸이는 한 달에 한 번 반려동물에게 소량의 살충제를 방출해서 8개월간 벼룩, 진드기 등 해충을 죽이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져 있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세레스토 진드기 퇴치 목걸이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갈무리] |
그러나 안전하다고 알려진 것과 실상은 달랐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가 USEPA 보고서를 입수해서, 비영리 환경탐사보도단체 미드웨스트 센터(Midwest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에 제공하면서 실상이 드러났다.
USEPA 보고서에 따르면, 세레스토 해충퇴치 목걸이가 지난 2012년 3월부터 판매된 후 USEPA가 이 목걸이와 관련된 반려동물 사망사건을 최소 1698건 보고받았다. 첫 출시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세레스토 목걸이 사건은 7만5000건을 넘었고, 사람이 다친 사례도 1000건 가까이 보고됐다.
환경청이 지난 2019년 9월 조사한 인체 위험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사람이 피해를 입은 사건은 907건이다. 이 가운데 19건이 심각한 사건으로 분류됐다. 반려동물 보호자 8명이 두드러기나 발진 같은 피부 증상을 보였다. 7명은 두통과 무감각 같은 신경 증상을 나타냈다.
게다가 한 시민이 지난 2016년 10월 아이들에게 세레스토 목걸이가 위험하지 않은지 환경청 게시판에 문의했는데, 환경청은 아이가 목걸이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라는 제품 주의설명서를 언급하면서 무시해도 될 정도의 위험이라고 안내했다. 아이가 목걸이를 찬 반려동물과 하루 정도 거리를 두게 하라고 권고만 했다.
은퇴한 환경청 직원이자 과학자인 캐런 맥코맥은 살충제 성분이 든 제품을 감독해야할 미국 환경청은 수년째 해충퇴치 목걸이 사고를 보고받고도, 대중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침묵했다고 주장했다. 맥코맥이 본 살충제 제품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고를 낸 제품이 세레스토 목걸이라고 강조했다.
맥코맥은 “환경청이 이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듯하다,”며 “7년간 점점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하자, 7년 뒤에서야 환경청이 이 사태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대중에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러나 나는 차라리 일찌감치 다뤄야 할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레스토 목걸이에 사용된 살충제는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와 플로메트린(flumethrin) 두 가지다. 이미다클로프리드는 벌과 나비까지 죽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야외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다. 다만 유럽에서도 반려동물 목걸이에 이 살충제 사용을 허가했다. 한편 플로메트린을 사용한 목걸이는 세레스토 목걸이 밖에 없다. 바이엘은 지난 2012년 두 살충제를 같이 사용할 때 벼룩 박멸에 더 효과적이고, 진드기는 빠르면 6시간 안에 박멸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환경청에 보고된 세레스토 목걸이 관련 사건. 윗줄부터 순서대로 1. 보통 수준이거나, 경미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부상을 입은 반려동물 사건, 2. 경미한 부상의 반려동물 사건, 3. 보통 수준의 부상을 입은 반려동물 사건, 4. 반려동물의 심각한 부상 사건, 5. 반려동물의 치명적인 부상 사건, 6. 사람이 피해입은 사건. [출처: 미국 환경청, 미드웨스트 센터] |
세레스토 제품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미국 환경청 대변인은 이메일 답변에서 과학과 사건 자료에 근거해서 세레스토의 살충제 2종 사용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청 대변인은 “완전히 해가 없는 살충제는 없지만, 환경청은 위험을 줄이는 상품표시를 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상품 설명서는 법이고, 상품 사용자는 제품 안내를 따라야만 하지만, 사람처럼 반려동물 몇몇이 다른 동물보다 더 민감해서 제품 사용 후 부작용(adverse symptom)을 겪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엘랑코의 케리 맥그래스 대변인은 이메일 답변에서 80여 개국 당국이 자사 제품을 승인했고, 환경청도 재승인 막바지에 있다며 “우리 제품의 안전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용에 관련한 잠재적 우려를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엘랑코에 동물건강사업을 매각한 바이엘은 침묵하고 있다. 반려동물 칼라는 큰 산업이다. 바이엘은 세레스토 목걸이 제품 하나로 지난 2019년 3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렸다.
미국 유통공룡 아마존에서 세레스토 목걸이는 판매순위 1위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항의전화를 했지만, 아마존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