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숍에서 시츄 여아 한 마리를 분양했다. 시츄를 분양한 보호자는 어여쁜 여고생. 두달 뒤 강아지 배냇털을 깎아주러 왔다. 시츄는 '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얼굴이 동그랗고 귀여워서 그랬다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 친구로 시츄 한 마리를 더 분양 받아갔다. 역시 배냇털 미용하러 왔는데 요녀석 이름은 '쵸코'였다. '쵸코' '파이'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런데 둘을 같이 키우다 보니 '쵸코 파이'다.
한 1년 정도 지나서인가 이 여고생이 우연히 유기견을 분양해 갖고서는 다시 미용차 숍에 왔다. 개인적으로 이 녀석 이름이 궁금해졌다. '쵸코' '파이' 그 다음은 뭐지 하는 생각 말이다. 설마 이름이 그 회사 이름 'XX온'? 틀렸다. '정'이란다. 누가 보면 아빠나 엄마가 과자회사 다니는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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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과자회사 홍보 비슷하게 돼버렸는데.. 이 녀석이 유기견이어서 정에 굶주렸을까봐, 그래서 정을 많이 주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단다. 그렇게 3자매는 '쵸코' '파이' '정'이 됐다.
한번은 아주머니께서 강아지를 데려 왔는데 이름이 '마세'란다. 쓰는 것은 '마세'지만 '마쎄'로 읽었다. '마쎄'라 당구 용어인가? 당구장 가면 '300이하 맛세이 금지' 라고 써 있잖아. 보호자 말로는 '마일드세븐'의 준말이라고 했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담배 이름. 왜 하필 담배 이름을 강아지에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저씨가 꼴초에다 특히 이 담배를 즐겨 폈단다. 그런 남편 꼴보기가 싫었던 아주머니는 입양하면서 답답한 마음이나 풀자는 생각에 그런 이름을 지었단다. 그런데 부르다보니 강아지에 정이 들기도 하고 도통 감이 안 와서 그럴싸하게 들리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더란다. 그래서 미용하러 왔을때는 맛세 그 이름을 참 마음에 들어 했다.
보호자들은 요즘 들어서 저마다 키우는 개나 고양이게 참 별의별 이름을 붙여준다. 한글 이름만 봐도 '뚱이', '아지', '몽이', '몽실' 등등등. 예전 여기저기 '해피', '뽀삐' 처럼 이름이 거기서 거기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세상이 변하기는 변했다. 복날에 맞춰 이름을 지어주던 때도 있었으나 그것 역시 과거의 일이다.
그래도 여전히 선호되는 이름이 있으니. 대충 감이 오시는가.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은 '아롱'이라고 자신한다. 강아지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면 여기서도 '아롱', 저기서도 '아롱'이다. 말 뜻처럼 강아지들이 눈에서 떠나지 않고 아른거려서 그런가 보다.
특정 견종에 유난히 많은 붙는 이름도 있다. '가을'이라는 이름이 그렇다. 가을이라는 이름은 특히 푸들에 많다. 푸들의 갈색털이 가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나보다. 푸들 치고 '봄', '여름', '겨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사람처럼 성을 갖는 개들도 있다.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귀족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그러한데 '김사랑' '이몽실' '박초롱' 처럼 이름 앞에 성을 붙여 부르신다.
아마도 자식들을 다 떠나 보내고 외로우셔서, 혹은 손자와 손녀 대신으로 그런시는게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은 자식이나 손자손녀보다 더 끔찍히 아끼시기도 한다고 한다. [글쓴이/ 전광식 전 하안애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