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병원오기를 좋아하는 별이는 올해 4살된 암컷 말티즈이다. 병원 문앞에서부터 흥분된 상태로 문열기를 재촉하는 별이를 아쉽게도 나는 마음껏 반겨줄 수 없다. 손만 살짝 닿아도 바로 실례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흔히 오줌을 지린다고 말하는 이런 행동은 반려견에게는 단순히 무서운 상황에 닥쳤을 때 나타나는 생리적 행동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복종, 반가움, 두려움 등 여러 심리 상태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배뇨행위를 요실금이라고 한다. 비뇨기 질환에 의한 배뇨장애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타날 수 있는 요실금은 크게 복종성 배뇨와 흥분성 배뇨로 나뉜다.
복종성 요실금은 두려움에 대한 표현인데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귀를 뒤로 젖히고 눈을 피하며 배뇨한다. 심한 경우 배를 드러내며 바닥에 완전히 눕기도 한다.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난 싸움을 원하지 않고 당신이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게 무섭고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는 의사표현이다. 모든 연령과 성별의 반려견에게 나타날 수 있지만 방광 괄약근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암컷에서 더 흔히 일어나며 6개월에서 1년령 사이에 자연스럽게 개선되기도 한다.
흥분성 요실금의 경우 사람을 반길 때 나타난다. 매우 흥분된 상태로 뛰면서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배뇨하는 것이 특징이다. 흥분성 요실금의 경우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아는 척 하지 않고 기다리거나 장난감을 바닥에 던져주거나 간식을 줘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개선될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요실금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반려견을 혼내거나 큰소리 치게 될 수 있다. 그러한 반응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킨다. 요실금이 나타나는 시점은 가족이나 낯선사람과 만날 때이므로 반려견과 제대로 인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개의 언어로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방법은 우선 몸을 낮추고 정면보다는 측면으로 다가가서 손등을 가만히 코 쪽으로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다.눈을 똑바로 마주보거나 반려견 앞에 우뚝 서서 머리위로 손을 올려 만지려고 하는 것, 정면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 얼굴을 감싸 쥐는 것 등의 행동은 개의 언어로 봤을 때는 불쾌한 행동이다.
너무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톤으로 인사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일상적인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너무 격해지면 오히려 분리불안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실금이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조절되지 않는 괄약근을 어찌할 수가 없다. 남들 앞에서 당황스러울 때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 주고 그저 깨끗하게 소변을 치우고 잊어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든 문제를 다 해결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글쓴이/ 김진희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