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반려동물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이 달린다.
글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은 ‘동물한테 그러지 말고 부모한테나 잘 해라’, ‘그렇게 좋으면 눈에 띄게 하지 말고 데려가서 키워라’, ‘동물이 인간보다 나을 수는 없다, 동물은 동물일 뿐’ 등으로 다 비슷한 맥락이다.
동물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존재만으로 미움을 받고, 무조건 인간보다 하등한 생물 취급을 받는 걸까.
한편 가끔 그런 댓글을 만날 때도 있다. ‘고양이를 왜 아이라고 하냐, 무슨 말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많은 반려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아이’라고 부르거나 ‘여아’, ‘남아’ 등으로 성별을 표현한다. ‘암컷’, ‘수컷’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동물을 꼭 의인화해서 그런 것보다는, 실제로 자식처럼 또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언어로 표현되어 나오는 것이리라.
나 역시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나 자신을 ‘언니’ 혹은 ‘엄마’로 지칭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우리 집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또는 ‘고양이가 아무리 예뻐도 자식 낳아 봐라’, ‘꼭 아기 낳아 키워봐야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는 훈계조의 댓글을 볼 때도 많다.
그들은 마치 아기를 낳으면 고양이와의 관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아기를 낳아야만 고양이와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기를 새 가족으로 탄생시킨다고 해서, 기존의 내 가족인 고양이들이 무조건 뒷전으로 밀려나고 비교적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의 카테고리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아기는 아기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소중한 존재다. 오히려 새 가족을 받아들일 연습과 준비를 하고, 자연스럽게 한 가족이 되어가야 하지 않을까.
엊그제는 지인이 입양 보낸 고양이가 파양되어 돌아왔다. 그 집에서 아기가 태어났다는 이유였다.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 있는 것을 가족들이 많이 싫어하고, 고양이도 자꾸 울어서 아기와 고양이를 같이 돌볼 수가 없다고 한다.
고양이는 그 집 가족으로 6개월 가량을 살았지만, 아기의 탄생에 밀려 가족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사실, 애초에 가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일 뿐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지만, 동물의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다. 나는 사람이 무조건 동물보다 우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고, 버리거나 죽이고,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어차피 동물은 사람보다 못하다는 발상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명에 우위를 정하는 순간 동물은 인간보다 가치 없는 것, 인간이 멋대로 다뤄도 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내게는 반려동물도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가족이다. 비반려인에 대한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고, 그들이 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감정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아이’라고 부르며 내 가족의 영역에 들여놓는 것도 하나의 사랑 방식이다.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고 평등하게 인정받는 세상, 인간이라는 이유로 약한 생명에게 힘을 남용하지는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물론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