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그 동네를 돌아다니려면 항상 계단 수십 개를 오르내려야 했다.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해변이 있는 계단 초입 쪽으로 내려왔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역으로 올라오더니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계단을 오를 기세는 아니었지만 응원하는 듯 시선을 떼지 않고 기다렸다. 계단 저 꼭대기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난간을 짚고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었다.
고양이는 그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할아버지가 계단을 반 이상 내려오니 고양이가 팔짝팔짝 몇 걸음을 뛰어 나가 할아버지를 마중하더니, 손등에 얼굴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곤 남은 계단을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어릴 적 처음 계단을 걸을 때 엄마가 두어 걸음 위에서, 혹은 두어 걸음 아래에서 응원해줬던 게 떠올랐다. 계단을 다 내려오는 동안 천천히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으면, 늘 걷는 길이라도 조금은 힘이 날 것 같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