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와 연락 지속취했다면 불법취득 의사 없다 판단
병든 상태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동물을 주인 몰래 데려왔더라도 소유자에게 계속 연락을 취했다면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물활동가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는 판결로 풀이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동물보호활동가 이모(41)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이모씨는 2013년 8월 충남의 한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병든 고양이를 발견했다. 이씨는 고양이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보호소 관리자 A씨에게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씨는 고양이를 데려와 직접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 보호자 A씨에게 고양이가 많이 아프니 치료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1주일 뒤 고양이가 죽었는데도 A씨가 아무런 연락이 없자 이씨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고 고양이를 매장했다.
이씨는 이후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몰래 고양이를 데려간 것은 절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고양이를 자기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하려는 생각에 가져갔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3년 4월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이라도 주인 동의 없이 무단 구출했다면 절도라고 판결했다.
당시 박모(45)씨는 한 주말농장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개와 닭을 구출해 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소유자에게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동물보호법 등 관련규정에 따른 신고나 보호조치 없이 동물을 꺼냈다는 점 때문에 절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2013년 4월 사건에서는 소유자가 원천적으로 배제됐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소유자가 치료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른 판단을 낳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