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반려견 동반 단체여행 어땠을까
[노트펫] 지난 4일 오전 7시30분 서울 신논현 펫프렌즈 사옥 앞. 반려견을 동반한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여행업체 펫츠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반려견 동반 단체여행을 신청한 이들이었다. 럭키아 키키 등 반려견 8마리에 16명의 사람이 45인승 전세버스에 올랐다.
집결장소에 모인 이들에게는 휴대용 식기와 간식 등이 들어있는 웰컴패키지가 제공됐다. 또 단체여행객들처럼 알아볼 수 있게 강아지 스카프도 마련돼 있었다.
버스에 오를 때는 발을 닦아야해요. |
반려견이 함께 하는 단체 여행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안전과 위생문제. 전세버스는 강아지 손님에 맞춰 대변패드와 함께 좌석마다 안전벨트를 별도로 갖추고 있었다. 또 버스에 오를 때는 직원들이 거품 비누(프롬펫 제품)를 써서 반려견들의 발을 물없이도 닦아줬다.
드디어 이날의 목적지 춘천으로 출발, 약 1시간이 지나 청평휴게소에 도착했다. 원래는 애견 놀이터가 갖춰진 가평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려 했지만 단풍철 붐비는 인파로 바꿨다.
버스 안에서는 얌전히 |
고속버스처럼 단지 볼 일을 보는 시간만? 그렇게 하면 반려견 동반 여행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강아지들이 충분히 볼 일을 보고, 버스 여행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보다 긴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볼 일을 보고, 흙냄새도 맡은 뒤 발을 닦고 첫번째 목적지인 남이섬으로 갔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남이섬. 품에 안긴 채 강아지들은 어리둥절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강바람은 콧 속에 신선함을 불어 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견생에 배도 타보고.. |
도시락이 제공된 점심을 먹을 때까지 남이섬 안을 함께 산책하고, 때로는 자유시간을 가지며, 업체가 마련한 이벤트도 즐겼다.
이날의 이벤트는 종이 노즈워크. 노즈워크 곳곳에 숨겨진 간식을 싼 종이를 반려견이 찾는 게임이었다. 반려견들을 위한 보물찾기 놀이라고 할까. 종이에는 경품이 적혀 있어 견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우리집 강아지가 보물찾기 선수예요. |
다시 버스를 타고 30,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춘천 의암호 인근 KT&G 상상마당 춘천. 이날 이곳 야외공연장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2017 펫팸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의암호 둘레길을 산책한 뒤 공연장에 앉았다. 신인 걸그룹 위키미키 등을 비롯해 다채로운 음악 공연이 2시30분간 이어졌다.
ㅇㅇ |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중 상당수가 반려견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콘서트를 관람하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물론 가끔 들려오는 우렁찬 짖음 소리는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긴 했다.
그렇게 콘서트가 끝나고 오후 6시. 이제 돌아와야할 시간이 됐다. 막히는 주말이었지만 신논현에 도착한 시간은 8시30분. 집에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돌아올 때도 휴게소에 한 차례 들렀다. 역시 개를 산책시키고, 볼 일을 보게 하고, 사람이 볼 일을 가면 펫츠고 직원들이 대신 봐줬다.
혼자 여행 갔을 때 차안에 두거나 데리고 나간 뒤 난간에 묶어둘 필요는 없었다. 역시나 발닦기 서비스는 무료.
이렇게 반려견을 데리고 낯선 이들과 함께 한 하루짜리 춘천여행이 마무리됐다. 반려견 백설이와 함께 한 견주는 "마음 편히 백설이랑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찍고 산책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ㅇㅇ |
전세버스 기사 역시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생각보다 짖지 않았고, 버스 내 위생도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더란다. 펫츠고 관계자는 "스케줄이 맞는다면 다음 번에도 불러 달라는 이야기를 기사님이 하셨다"고 고 귀뜸했다.
이태규 펫츠고 대표는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려동물과 참가자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보람있는 하루였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펫츠고는 두번째 여행 테마를 겨울바다로 잡고 있다. 동해안 바다를 둘러 보고 그 주변에서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곳들을 찾고, 체험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