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견주가 강아지를 호텔링 맡기면서 사료를 먹지 않는다고 엄청 걱정을 하고 갔다. 평상시 소고기만 먹는다고 하면서 말이다.
먹지 않으면 내가 먹으려고 사다놓은 LA갈비를 구워 주겠노라고 맞춰 드렸다.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그 손님 처음엔 고기 사온다고 하더니, 나중엔 고깃값 준다고 하더니, 그냥 갔다.
배고플 때가 되어 사료를 줘봤다. 정말 사료를 안 먹었다. 간식은? 역시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 있는 먹을 것이란 먹을 것은 다줘봤다. 그래도 그 녀석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가 한 말을 실천에 옮겨야 했다. LA갈비를 뜯어서 구워서 줬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먹지를 않았다.
참내, 처음부터 먹지 않겠다고 하든지. 물론 개가 자기 먹고 싶은 것을 말할 리 없겠지만.
개주려던 것을 먹을 수는 없고, 또 탈이 날 수 있으니 다른 개를 줄 수도 없어 LA갈비는 그렇게 옆으로 제쳐뒀다.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소고기를 사러 가야 하나' '가면 무슨 부위를 사야 하지' 고민하면서 오이를 먹고 있었다.
이 할아버지 개가 갑자기 막 짖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오이를 보고 짖는 것같아 잘라서 줘봤다. 그랬더니 세상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두고 사과를 먹고 있는데 또 짖어댔다. 이빨도 다 빠진 상태라 사과를 져며서 줬더니 역시나 잘 먹었다.
그담엔 바나나. 역시나였다. '이 녀석 이거 채식주의자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서 다행이었다. 이 녀석 나중엔 입에 대지 않던 나의 LA갈비도 먹었다.
데리러 왔길래 물어보니 사료는 먹지 않는 것을 재차 확인하면서, 소고기 외에 먹는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야채! 주로 양배추를 먹었다고 했다.
호텔링에 맡겨진 개는 먹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노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를 맡길 땐 부디 식성 정보도 알려주시길, 그것도 매우 상세하게 말이다.
참 고깃값은 끝내 주지 않고 가셨다.ㅠㅠ
금비언니(inkso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