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사이에 이 모든 일이 강아지에게 일어났다
[노트펫]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한 동물병원. 뒷다리 한 쪽은 성치 못하지만 꼬리를 흔들며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가 한 마리가 있다.
퇴원을 준비하고 있는 둥이. |
이름은 둥이, 매우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3살의 수컷 강아지다. 불과 한달여 동안 견생에서 겪어볼 수 있는 모든 역경을 견뎌내고 다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둥이는 작년말까지만 해도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반려견으로 살았다. 하지만 주인의 죽음은 이 녀석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
지난달 초 주인이 죽은 뒤 둥이는 거리에 내쳐졌다. 집 안에서 살던 둥이에게 바깥 생활이 맞을 리 없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추위까지 겹치면서 오갈 데를 몰라 헤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난달 19일 둥이는 그렇게 길가에 쓰러진 채 있었다. 온 몸이 가시풀에 덮여 있고, 먹지 못해 심각하게 말라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지후 씨는 고양이 구내염 치료차 동물병원에 다녀오다 이 녀석을 발견했다.
처참한 모습에 곧장 동물병원으로 차를 돌렸다.
발견 당시 둥이의 모습. |
심각한 영양실조, 탈수, 32도의 저체온.. 수액과 영양제를 처치한 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차에 치인 여파로 폐기흉과 내출혈, 후지마비 등이 발견됐다.
24시간 동물병원으로 옮겨 받은 정밀진단에서는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척추 신경에까지 문제가 있었다.
치료 성공률은 단 20%. 병원에서도 낮은 가능성과 만만치 않은 치료비에 섣불리 치료를 권유하지 못했다.
"이왕지사 살리겠다고 했으니 일단 치료를 부탁하고 입원시켰어요. 다리는 못 써도 되니 살려만 달라고요." 지후씨의 말이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 주인을 알 수 있는 내장칩이 발견됐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주인. 주인의 가족이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보름 전에 주인이 죽고 버려졌음을 알게 됐다. 둥이가 그 지경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도 뒤지지 그랬냐 이놈아!" 수의사가 둥이의 비쩍 마른 몸을 보며 내뱉은 말이었다.
발견 당시 몸은 비쩍 말라 있고, 가시가 온몸에 박혀 있었다. |
골든타임이라던 사흘이 지났다. 치료는 실패했다. 뒷다리 신경은 거의 죽었고, 괄약근 주변 근육도 망가져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료진도 지후씨도 차마 말은 안했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줘야 할 것같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차마 안락사를 시행하지 못했고 그렇게 열흘이 지났다. 그리고 기적이 찾아왔다.
깡마른 몸, 비틀리거리는 다리로 병원 입원실로 산책하고, 동물간호사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뒷다리 한쪽은 성치 못하지만 세 다리로 신나게 걸어다녔고 이제 퇴원을 준비할 시기까지 왔다.
기적처럼 회복해 가고 있는 둥이. 눈에서도 초롱초롱 생기가 돈다. |
지후 씨는 "끌고 있는 다리 역시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며 "이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찾아주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지후 씨는 둥이를 만나는 순간 그 주인의 삶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둥이는 기적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모든 치료비는 김지후 씨가 자비로 마련했다. 입양 비용은 책임비 5만원(그것도 6개월 뒤 반환)이면 된다.
단, 실내에서 키워야 하며 아프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부득이한 상황이 생길 땐 반드시 구조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조건이다. (입양 문의 김지후 010-6253-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