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이네 보호소' 고양이 코일이
[노트펫]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지난 10월쯤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입양 글을 보고 보호소에 연락을 했다.
글이 올라온 뒤 벌써 네다섯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입양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크림색의 털에 보석처럼 예쁜 눈을 가진 고양이였다.
보호소에는 자그마한 묘사에 8마리쯤 되는 고양이들이 지내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들어갔더니 다들 구석으로 몸을 구기고 숨어 버려서,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고 들여다봐야 몇 마리와 겨우 눈이 마주쳤다.
우리가 입양하려던 고양이도 구석에서 눈을 꿈벅거리며 좀처럼 구석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그쪽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 머리카락을 누가 툭툭 건드렸다.
어느새 내 옆으로 왔는지, 기껏해야 3kg대로 보이는 작은 고양이가 나를 만지고 있었다.
나를 만나러 온 게 아니에요?
우리를 안내해준 봉사자가 그 고양이 이름은 ‘코일이’라고 알려 주었다.
코일이는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경계하는 기색도 없이 얼굴을 쭉 내밀어 내 입에 대고 뽀뽀를 했다.
별 말은 없지만 계속 주변을 서성이며 누군가 관심을 갖고 말 걸어주길 기다리는 어린 아이 같았다.
근처에서 채 한 뼘 이상 멀어지지 않고 덩그러니 앉아 고개를 쭉 내밀거나 한쪽 앞발을 들어 내 머리카락을 건드리는 그 고양이를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몸집이 작고 꼬리가 뭉툭하게 짧아서 관심을 받으려는 그 몸짓이 더 짠했다.
코일이는 내 무릎 위에 올려주자 그대로 망부석이 되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작은 몸집의 온기가 따뜻하게 전해졌다.
그 아이는 우리가 입양하기로 한 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해 열어둔 이동장 앞을 서성이다 몸을 집어넣어 보기도 했다.
두 마리를 데려갈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애타는 몸짓을 못 본 척하며 가슴 아프게 외면해야 했다.
코일이에게는 가족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코일이는 금방이라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코일이는 준비가 됐어요
코일이는 아기 때 형제 고양이와 함께 구조되었다. 코에 점이 하나라서 코일이, 코에 점이 두 개인 형제는 코투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호소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 지금은 약 3-4살로 추정하고 있다. 평소에는 시크하다가도 가끔 애교를 부려 보는 사람을 심쿵하게 만드는 밀당쟁이.
봉사자들이 직접 귀 청소, 발톱 깎아주기를 해도 하악질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얌전한 아이라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그 탓에, 임보가 길어지고 있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입양 홍보하느라 코일이는 적극적으로 가족을 찾아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성큼 다가와 눈길을 잡아끄는 걸 보면, 여태 잠잠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같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준다면 냉큼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고 사랑을 풀어놓을 것 같다.
보호소에 오래 있었다고 한들 그곳이 집이 될 수는 없을 터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간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간식 먹을 줄도 모르는 코일이.
얼마든지 애교를 부리고 간식을 조르는 어리광쟁이로 묘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조금은 조급한 마음을 슬쩍 드러내 보기도 하는 이 철 든 고양이는, 보호소에서 내내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그중에 누군가는 코일이를 마침내 이동장에 넣어 집으로 데려갈 평생 가족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입양 문의 : 카톡 themoo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