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누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지속적으로 하기도 어렵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공부하게 하는 것처럼 그런 일들은 비능률적이고, 효과도 없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모은 ‘넛지’라는 책은 사람들에게 강제와 지시로 일을 시키지 말고, 팔꿈치로 상대를 찔러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부드러운 강제 혹은 개입을 일컫는 넛지 효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상대를 툭 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 이 책의 인기 때문에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알려지게 된다.
얼마 전 중부의 대표적인 도시 중에 하나인 세인트 루이스를 다녀왔다. 세인트 루이스는 마무리 투수로 유명한 오승환 선수가 2년 동안 활약한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즈의 홈이다. 이 도시는 역사가 깊은데, 서부 개척시대 당시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관문의 역할을 한 도시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명성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세인트 루이스는 중부에서는 큰 도시에 속한다.
미국 대도시에는 괜찮은 수준의 대형 공공도서관, 동물원, 과학관 등이 대부분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건전한 여가 생활을 보내는데 요긴한 존재들이다.
세인트 루이스를 방문한 그날은 지난 방문 때 가보지 못했던 과학관에 가보았다. 그런데 과학관의 첨단 시설보다도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작은 쓰레기통이었다. 그 쓰레기통을 본 순간 넛지 효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세인트루이스의 과학관에서 본 쓰레기통. 그림을 보면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분리수거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 쓰레기통에서 넛지 효과를 일으킨 것은 쓰레기 매립장 위를 날고 있는 까마귀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2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촬영 |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만들고 버리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분리수거는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식당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폐기물이 한 군데 버려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엄격한 분리수거를 하는 한국인의 눈에는 이러한 쓰레기 처리는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많은 쓰레기들이 소각이나 재활용 대신 매립되기도 한다.
이런 일반적인 쓰레기통을 보면 환경보호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
미국 중부에서는 시내를 벗어나서 고속도로로 가면 작은 언덕조차 보이지 않는 대평원이 몇 시간씩 펼쳐진다. 그런 지평선을 보다가 갑자기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상 부분이 평평한 언덕, 작은 산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언덕들은 모두 쓰레기 산들이다.
매립이 끝난 지역은 나무나 잔디를 덧씌워서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인다. 쓰레기 산의 정상에는 까마귀를 포함한 많은 새들이 하늘을 빙빙 도는데, 그 새들은 매립 쓰레기 중에서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
쓰레기 산. 하늘에 있는 새들은 새로운 먹이를 찾는다. 2018년 1월 플로리다에서 촬영 |
특히 쓰레기를 가득 실은 덤프 트럭이 들어와서 새로운 쓰레기를 쏟아 버리면 주변의 새라는 새는 다 모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모이게 된다. 아름답지 않은 광경이며 보기 싫은 광경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비단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