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여행지에서 고양이를 만나는 기분은 어쩐지 즐겁다.
사람을 보자마자 경계심을 세우며 후다닥 도망가는 고양이가 아니라, 어디든 늘어지게 누워 슬금슬금 눈동자만 굴리는 한가한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역시 뜻밖의 반가운 만남에 있는 듯하다.
고양이를 만날 수 있거나, 혹은 고양이 자체가 하나의 테마가 되어 있는 애묘인들을 위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 하면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만의 허우통.
원래는 탄광촌이었던 곳인데 점차 쇠퇴하여 사람들이 빠져나가다가 우연히 고양이의 명소로 유명해져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다.
가운데 철길을 중심으로 마을이 나뉘어져 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눈 돌릴 때마다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허우통은 주로 투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한두 시간 정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만 머물러도 마을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동네다.
일본 야나카
일본 아오시마는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는 방법이 다소 까다롭다.
반면 도쿄에도 고양이 마을로 불리는 야나카라는 곳이 있다고.
양이 관련 상품이 가득한 일종의 재래시장인데, 고양이를 테마로 한 상품이나 간식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고양이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는 시장 골목이라 고양이들도 여럿 돌아다닌다.
도쿄에 간다면 시장의 재미도 느끼고 고양이도 만날 겸 들러볼 만하다.
말레이시아 쿠칭
우리나라에서는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쿠칭은 고양이 도시라 불릴 만큼 고양이와 밀접한 도시다.
쿠칭이라는 이름 자체가 고양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유래가 있지만 이 지역을 다스리던 백인 추장이 고양이가 많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길에 고양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고양이 박물관부터 동상, 조형물, 공예품, 그림 등을 마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나름 이색적인 여행지가 될 듯.
터키 삼순
터키에서는 어디를 가든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고,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우호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삼순 시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전용 방갈로를 만들어 고양이 마을을 조성했다.
50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중성화한 후 이 마을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은 별도로 케어하는 등 고양이들의 정착과 건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홍콩 빅토리아파크
여행지에서 굳이 공원을 갈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빅토리아 파크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잠시 여유를 느끼며 걷기 좋다.
코즈웨이베이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를 가게 된다면 가능한 천천히 산책해 보자.
길가의 수풀 속에서 길고양이들이 빼꼼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현지에서도 이곳 공원에 길고양이 밥을 주는 캣맘들이 있다고 한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