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도 원인을 모르는 질환들⑧ – 거대결장(Megacolon)
개보다 고양이에 흔한..결장 확장으로 변비 증상
[노트펫] 전 편에서 다루었던 Mega (거대) + Esophagus (식도)를 보신 분이라면 이번 편의 내용도 쉽게 유추할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Colon은 결장, Megacolon은 거대결장을 의미합니다.
거대결장과 거대식도는 질병의 정의도 서로 유사합니다. 거대식도는 식도가 확장되고 운동성을 유지하지 못해 역류가 발생하는 질환이라면, 거대결장은 결장이 확장되고 운동성을 유지하지 못해 변비가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조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종별로 발생하는 빈도가 다른데요. 거대식도가 강아지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고양이에서는 보기 어려운 반면, 거대결장은 고양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강아지에게서는 비교적 드문 질환입니다.
물론 거대결장도 여러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관 내의 폐쇄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종양, 이물질, 골반골절 등)이 발생한 이후 결장이 확장되는 경우도 발견되죠. 때로는 대장에 분포하는 신경계의 질환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조영 엑스레이 촬영이나 내시경을 비롯한 일련의 영상진단, 또는 혈액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각 원인에 따라 필요한 수술적 개입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거대 결장을 보이는 고양이의 X-ray 사진. 어디가 결장이라고 하지 않아도... 아실 것 같습니다
(drstephenbirchard.blogspot.kr 캡쳐)
그러나 이러한 검사들로도 원인을 특정할 수 없고 초기의 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특발성 거대결장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며, 거대결장의 대부분은 특발성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은 주로 음식물에서 수분과 염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에, 변비 이외에 체중감소, 식욕부진, 무기력,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련의 연구들은 거대결장이 나이나 성별, 품종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지만 평균 6년령 정도, 수컷 (70%), 숏헤어 품종(46%)에서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특발성 거대결장으로 인해 아예 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관장을 통해 쌓인 분변을 배출시키고, 증상이 다소 호전되면 변을 무르게 만드는 약 등으로 내과적 치료를 시도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거대결장이 있는 노령묘를 돌보시면서 1년 넘게 매일매일 관장을 하시는 보호자분을 본 적이 있는데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한 기억이었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