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씨의 유기견 현이 입양기
[노트펫]15년 동안 함께했던 강아지 '다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지영 씨는 자꾸만 눈물이 나는 마음의 병을 앓았다. 펫로스신드롬이었다.
혼자 차가운 화장실 타일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도 수차례.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었지만 다롱이는 참 야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롱이가 나타났다. 혼자가 아닌 친구 강아지와 함께였다.
꿈에서 깬 지영 씨는 그날부터 당장 유기견 센터를 돌아다녔다.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지만 꿈에 나온 다롱이가 새로운 친구를 소개해 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나 유기견 입양 사이트를 뒤지던 중 우연히 꿈에서 본 다롱이의 친구와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를 발견했다.
설 연휴라 보호소의 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영 씨는 사정에 사정을 해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다.
간식도 주고 이름도 불러봤지만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이 아이는 구석으로 숨기만 했다.
쿵쾅쿵쾅 킹콩처럼 뛰어다니고 힘이 세서 킹콩이라고 불렸다던 아이.
보호소의 직원은 어쩌면 그게 킹콩이가 버려진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영 씨는 그날 그렇게 '킹콩이'를 데려오게 됐다.
지영 씨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처음 유기견 '킹콩이'를 본 순간, 내가 슬퍼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다롱이가 선물로 보내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영 씨는 콩이에게 '현'이라는 새이름을 지어줬다.
한 번 버림받았기 때문에 다시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
역시나 우려했던 것처럼 첫날 현이는 구석에 숨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새 이름이 낯선지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고 사료와 물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그간 밀린 잠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이 현이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사실 유기견이 새 가정에 오면 통상 거치는 과정이었으나 편견 탓인지 그런 행동이 더 커 보였다.
둘째 날부터는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역시 구석에 숨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흘째 되던 날 아침 지영 씨가 잠에서 깨자 현이가 갑자기 얼굴에 달려들어 애교를(?) 부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녀석이 달라진 것.
언제 먹었는지 밥그릇도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사람한테 당하고도 다시 이렇게 쉽게 마음을 열어준 현이가 지영 씨는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그날 이후 아직 가족이 된지 3주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너무 애틋한 사이가 돼버렸다.
현이는 열렬한 누나 바라기가 되어 지영 씨가 조금이라도 눈에 안 보이면 찾아내 엉덩이를 꼭 붙이고 앉는다.
애틋한 건 지영 씨도 마찬가지. 현이가 보고 싶어 외출을 할 때면 현이가 기다릴까 뛰어오기까지 한단다.
다롱이를 잃고 심했던 우울증도 눈에 띄게 나았고 이제 다시 예전의 생기를 찾았다는 지영 씨.
지영 씨는 "사람들은 극성이라고 하지만 첫 번째 반려견을 잃고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며 "그 상처를 위로해 주는 현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또 "막상 가족으로 맞이하고 나니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이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꼭 치료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