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구 마데이라쌀롱 지경환 대표 인터뷰
[노트펫] 고양이에게는 본능적으로 높은 장소가 필요하다.
집이라는 공간은 결국 사람의 눈높이와 동선에 맞추어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고양이 입장에선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인테리어에 따라 상당히 시시해 보일지도 모른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애묘인들이 많아지면서 고양이 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고, 때로는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에 숨을 수 있는 고양이의 장소를 집 한편에 마련해 ‘함께 사는 집’이 되어간다.
고양이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마데이라 쌀롱에서는 굳이 사람과 고양이를 분리하지 않고,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쓸 수 있는 가구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마데이라 쌀롱의 지경환 대표 역시 세 마리 반려묘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시선에서 가구를 만들게 되었다고.
특히 대표 제품인 고양이 책장은 사람에게 실용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캣타워가 되어준다.
책장을 가로지르는 계단으로 고양이가 오르내릴 수 있는 기본 디자인은 있지만, 집사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추가하여 주문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마데이라 쌀롱을 통해 제작된 가구는 모두 각 집사의 취향이 반영된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가구가 된다.
기존 디자인을 참고하여 머릿속에 있는 원하는 디자인을 그림으로 그려 전달하고, 어느 정도 디자인이 확정되면 마데이라 쌀롱에서 완성 후의 모습을 3D로 제작해 미리 보여준다.
그리고 나무를 고르면 본격적으로 가구 제작에 들어가고, 완성 후 비로소 실제 가구를 집에 설치할 수 있다.
기성품을 만드는 것보다 복잡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각기 취향과 개성이 다른 집사들과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즐겁다는 지경환 대표.
그에게 마데이라 쌀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일 궁금한 것 먼저 여쭤볼게요. 마데이라 쌀롱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제가 20대에 아프리카에 1년 동안 여행을 다녔는데요,
서아프리카 쪽에 있는 마데이라 섬을 너무 가고 싶었는데 당시 사정 탓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꼭 가보고 싶은 마음에 ‘마데이라 쌀롱’이라는 이름이 되었죠. 하지만 반려동물 가구회사라는 이미지가 전혀 없는 이름이라 네이밍 마케팅으로서는 최악인 것 같습니다.
가구 주문하시는 집사님들 중에 이름을 정확히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정도거든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름부터 바꾸고 싶어요…….
그래도 마데이라 쌀롱의 대표적인 가구라면 역시 고양이 책장인 것 같아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가구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고양이가 함께 쓰는 소파, 티비장, 벤치 의자, 침대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했는데요.
사람은 책장으로 사용하고 고양이는 캣타워처럼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저희 책장은 벨기에에서 처음 탄생한 디자인이랍니다.
사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가구를 직접 만드는 취미가 있으셔서 옆에서 도와드리곤 했었죠.
그러다 저희 첫째 고양이 위니와 함께하게 되면서 위니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다 보니 하나둘 가구를 직접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랄까요? 좋은 케이스는 아닌 것 같아요, 취미는 취미일 때가 좋습니다(웃음).
반려묘에 대해서도 소개를 좀 해주세요.
7년째 함께하고 있는 첫째 위니, 6년째 함께하는 둘째 4호, 몇 개월 전 임보로 저희 집에 왔다가 노령으로 인해 입양을 가지 못하여 저희가 눌러 앉힌 바야바. 이렇게 총 세 마리가 있는데요.
김포 작업실에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길냥이 4마리와 비정기적으로 오는 몇몇 냥이들, 그리고 길냥이지만 작업실에 아예 눌러앉은 막내도 한 마리가 있습니다.
지난 봄에 눈이 좀 이상하기에 약을 받아 넣어줬더니 눈은 회복되었는데요, 그 후로 나가질 않고 있답니다.
가구를 제작하면 잘 만들어졌는지 제일 먼저 검사를 하는 녀석이죠.
주문 제작 시스템이라 아무래도 다양한 나무를 사용하시던데,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현재 반려동물 가구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자작나무 합판을 cnc 기계로 가공하여 가구를 조립하는 회사와 집성목을 재단 기계로 이용하여 나무를 직접 잘라 제작하는 회사가 있죠.
저는 후자로 재단기를 이용해 직접 작업합니다. 단단한 자작나무 합판을 cnc 기계로 가공하면 빠르게 대량의 상품을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삼나무나 레드파인 같은 무른 성질의 나무는 가공할 수 없어 나무의 종류가 한정적이라는 단점도 있습니다.
반면 재단기를 이용하여 줄자로 치수를 재고 나무를 재단하여 조립하는 방법은 시간은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고객 한분 한분의 요청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지요.
저는 여러 집사님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람과 고양이가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너무 즐거운데요,
그 가운데 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여러 가지 나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나 고양이처럼 각각의 향기와 매력이 모두 다르거든요.
집사 분들과 상의하여 제작을 하다 보니 사용 후기가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설치가 끝나고 며칠 뒤 고양이가 잘 사용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실 때 가장 뿌듯하죠.
사실 가구 제작 과정은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로맨틱하거나 분위기 있지는 않답니다.
항상 톱날에 손가락이 잘릴 위험을 신경 써야 하고 작업 중에 안경을 뒤덮는 먼지를 닦아내야 합니다.
주변의 목수 분들은 우스갯소리로 ‘손가락만 무사히 붙어 있으면 돈 안 벌어도 된다’고 말할 정도예요.
굉장히 힘든 과정이지만 고양이가 잘 쓰고 있다는 후기를 보면 그간 힘들었던 게 모두 보상 받는 기분이 듭니다.
가구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뭔지 궁금해요.
안전과 가구의 내구성입니다. 나무로 제작하는 가구는 저절로 휘어집니다.
온도와 습도가 변할 때마다 영향을 받기 마련이랍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가구를 제작하면 나무가 터져 버리는데요,
그래서 무엇보다 안전한 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왜 좋으세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좋아요.
멍청한 것도 좋고 털복숭이인 것도 좋고 간혹 쥐나 새 잡아서 저한테 보은하는 것도 좋고(웃음). 마치 저희 와이프처럼 모든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