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군대를 제대하면서 부대 안에 살던 길고양이 새끼를 데려온 공대 오빠가 있다.
주한미군 부대에서 통역병으로 복무했던 승서 씨. 지난해 5월 카투사(KATUSA) 복무를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부대를 나올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 고양이와 함께였다.
승서 씨는 고양이에게 부대가 위치한 서울의 삼각지 지명을 따서 '깍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학교 생활도 함께 재개했다.
깍지는 부대 안에서 사는 그저 한 마리의 길고양이 새끼였다. 미군 부대이다보니 고양이들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해코지당할 위험도 적었다. 물론 평소였다면 말이다.
승서 씨가 근무한 부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지 이전에 포함돼 있었다. 승서 씨가 제대할 무렵에도 이삿짐이 쉴새없이 오갔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이전 대상이 아니었고 포획작업을 거쳐 별도의 보호시설로 옮겨질 참이었다. 게다가 부대 시설보수가 진행되면서 기지 안에서 살 수 있는 날은 더 짧아졌다.
고양이들은 살던 보금자리를 파헤쳐졌고, 승서 씨가 복무하던 시절 동물구조담당자에게 포획돼 기지 밖으로 나간 고양이들도 있었다.
"고양이들이 잡혀서 보호시설에 보내진다는게 안타까웠죠. 그래서 전역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대 내 동물구조담당자에게 말씀을 드리고 깍지 하나만 겨우 데려왔어요."
깍지를 데리고 학교에 나타난 승서 씨. 공대생과 고양이라는 여전히 '색다른' 조합은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깍지를 보기 위해 승서 씨 자취방을 찾는 이들도 있다. 깍지 이 녀석이 낯가림이 없는 탓에 인기는 더 높아졌다.
학교 생활을 부드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준 깍지. 승서 씨도 더욱 지극정성이다.
승서 씨는 깍지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깍지 모습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깍지가 사람들에게 더 잘 기억되도록 별도로 로고를 주문제작했다.
"휴대폰 용량이 모자라다는 조금 단순한 이유에서 SNS를 시작했죠. 깍지 사진을 올리면서 깍지는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라고 생각을 하다보니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되더라구요."
승서 씨는 "갈 곳 없는 고양이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밖의 고양이도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