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와, 엄청 커!"
요즘 우리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은 내 SNS에서만 보던 달이의 실물을 보고 하나같이 놀란다.
달이는 확실히 보통 고양이들보다 살이 찐 것도 있지만 골격 자체가 좀 크다.
게다가 순진무구하니 귀엽게 생긴 얼굴과 비교해 거대한(?) 실물을 보면 바로 매치가 되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생각보다 큰 덩치의 달이를 보고 '진짜 동물이다'라고 느끼는 듯 다소 겁을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달이를 보고 놀라던 친구들이 돌아갈 때쯤이면 다들 달이의 왕 팬이 된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했던 도도한 고양이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덕분인 것 같기도…….
우리 집의 공식 접대묘는 사실 아리다.
접대묘라는 것은 거의 전설 속에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유독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있다.
아리는 마음에 드는 손님이 오면 테이블 위로 폴짝 올라가 그 사람한테 얼굴부터 들이댄다.
부비고, 발라당 눕고, 엉덩이를 들이밀며 쉴 새 없이 애교를 부린다.
반면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무관심하게 구는 손님도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아리만의 기준이 뭔지는 아직 알 도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 달이가 새로운 접대묘로 부상하고 있다.
아리처럼 얼굴을 부비거나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달이의 색다른 매력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 1.몸 개그를 한다.
사람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픽픽 쓰러지며 발라당 눕는다.
주로 사람이 부엌에 갈 때 그러는 걸 보니 원하는 게 있는 행동인 것 같다.
한 번은 책장의 캣워커를 따라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대롱대롱 매달렸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사람 허리쯤 되는 낮은 높이라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너, 고양이잖아…….
- 2.맹한 얼굴을 한다.
베란다 문이 거실과 안방 양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안방을 통해 베란다로 들어간 달이가 거실의 닫힌 베란다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다.
다시 안방을 통해 거실로 나오면 되는 걸 제이와 아리는 알고 있는데, 얘는 아무래도 모르는 눈치다.
결국 문을 열어준 뒤 친구가 장난감을 흔들어줬더니 바닥에 철퍼덕 누운 채로 아주 느리게 앞발을 움직여 턱! 하고 잡는다.
제이에 비하면 20배 정도의 슬로우 모션이다.
잡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를 그 알 수 없는 둔한 움직임이, 아…… 너무 귀엽다.
- 3.먹을 걸 보면 눈이 심하게 반짝거린다.
제이와 아리는 먹을 걸 봐도 제법 우아하게 다가와 차례차례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데, 달이는 먹을 것 앞에서는 앞뒤 가릴 게 없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무조건 먹을 것만 보면서 직진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무릎을 두 발로 짚고 서서 안달이 난다.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은 손님들에게 최고의 서비스이기도…….
아무튼 본인은 뜻하지 않은 듯한 여러 가지 타고 난 매력 때문에 달이는 요즘 우리 집의 최고 인기 스타가 되고 있다.
달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모두가 마구 행복해지는 기분.
존재만으로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는 걸, 달이는 알고 있을까?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