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산업을 전망할 때 절대불변인 것처럼 통용되는 숫자가 있다.
'2020년 6조'. 지난 2013년 4월 지금은 사라진 농협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애완동물 관련시장 동향과 전망'에서 처음 등장한 숫자다.
업계에서는 '그 망할 숫자'라고 불린다. 이 전망치를 믿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이들이 하도 많아서 나오는 원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전망치가 수정될 전망이다. 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한참 뒤로 밀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6일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도자료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던 이 전망치를 수정했다.
KREI는 지난해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규모를 2조3322억원으로 추정하고, 오는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6조원 달성을 7년 뒤로 미뤘다.
KREI는 전국 만 20~6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사육현황 조사 결구, 지난해 말 현재 전국 1952만 가구 중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려동물 사육마릿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하여 2027년에는 132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육마릿수는 사실 지금껏 나온 각종 추정치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가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기준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규모는 1조 5684억 원으로 연평균 14.5%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같은 전망치를 도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
김현중 KREI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수요와 연관산업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관련 산업의 제도가 미흡해 건전한 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그는 반려동물의 생산, 유통, 사육 등에 대한 기초 통계자료 미비, 반려동물 사료의 특성을 반영한 사료관리법 부재, 진료비 과다 책정과 동물병원별 심한 진료비 편차, 관련 자격증 난무와 체계적인 관리 부족, 반려동물 미용서비스업 등 신규 업종에 대한 시설과 인력기준 등 관리 기준 미흡 등을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반려동물의 생산, 분양, 사육과정에서 동물복지를 확대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민의 성숙한 의식과 문화를 고취해야 한다"며 특히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반려동물 연관산업 보호 및 육성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산업 전문법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이번 보고서는 농식품부 산하 연구기관의 보고서로서 법 추진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생명을 산업화한다면서 여전히 반대가 심한 편이다. 실제 법 제정까지는 난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법 제정 여부를 떠나 전망치가 바뀐 것만도 의미가 있는 연구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