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집 주변에 있는 공원에 갔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공원에는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잔디밭과 낚시도 즐길 수 있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3~4시간 정도 가족이 휴식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날은 바람이 불어서 미국에서는 흔한 고기인 블루길(Blue Gill)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공원 한 곳에는 잉글리시 포인터(English Pointer)를 데리고 온 주민이 보였다. 그는 개를 옆에 대기시켜 놓고 멀리 공을 던졌다. 공이 땅에 떨어지자, 부동자세로 지켜보던 포인터가 전력 질주했다.
주인은 카메라를 꺼내 개가 공을 물고 올 때까지 놓치지 않고 촬영했다. 주인과 개와 함께 즐기는 놀이는 이후로도 삼십여 분 이상 계속됐다.
주말을 즐긴 공원. 주변 산책로의 길이는 약 600m 정도였다. 2018년 4월 촬영 |
잡히지 않는 낚시를 포기한 아이들은 같이 놀러간 친구들과 공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사이 산책로를 돌았는데 공원 구석에는 놀이시설을 갖춘 놀이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놀이터의 작은 안내판에는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그림이 있었다.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놀이터에는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2018년 4월 촬영 |
미국인들은 개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하지만 개와 사람의 격리가 필요한 공간은 확실히 그렇게 한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식품매장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는 제품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손님들에게 쾌적함을 제공하기 위해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
어린이놀이터도 사람과 개가 격리되어야 할 곳으로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 것이나 손으로 잡고, 입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놀이터에 개가 대소변을 본다고 생각하면 이는 아이들의 위생이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드물게 개가 아이들을 물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 차원에서도 개의 어린이 놀이터 출입은 가급적 금지하는 게 옳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개가 어린이 놀이터에 출입하면서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대소변과 관련된 것이다. 중형견을 키우는 아파트 한 주민은 거의 매일 자신의 개를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에 와서 바닥 모래에 대소변을 보도록 했다. 그 모래는 어린 아이들이 매일 모래 놀이를 하던 것이었다. 그 주민은 나중에 다른 주민들에게 큰 망신을 당한 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안전사고였다. 자신의 닥스훈트(Dachshund)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자신하던 주민이 있었다. 그분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면 늘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오후 아이들이 모여 모래 놀이를 하던 놀이터에서 그 개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큰 소리로 짖으면서 아이들을 물려고 해서 주민들이 몽둥이를 들고 그 개를 내쫓은 적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그 주민은 반드시 목줄을 하고 개를 산책시켰다.
두 사례를 보듯이 우리나라의 어린이놀이터에도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을 붙여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밋밋하게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재치 있고 주목도가 높게 그림으로 안내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