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세 살배기 동갑내기 친구들인 세 마리 고양이 '겨울', '레오', '꾸미'.
집사 정은 씨가 닫아놓은 화장실 문도 열고, 변기 커버를 들어 변기 물도 사이좋게 나눠 마시는 '피보다 진한 변기 물을 나눈' 친구들이다.
"오늘은 뭐 또 사고 칠 거 없다냥~?" |
어릴 때는 싸움이 잦아 걱정했지만 현재는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잔치도 벌이며 저희들끼리 친목을 다진다.
목마를 때는 셀프로 물을 마신 후 쿨하게 수도는 잠그지 않는 건 기본. 번갈아가며 사이좋게 각종 사건사고를 벌이는 게 일상이 됐다.
'싸우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집사 정은 씨의 말은 어쨌든 잘 지키는 셈이다.
최근 세 마리 고양이의 집사 정은 씨는 고민이 생겼다.
"함께 있을 때 우린 무서운 게 없다옹~!" |
고양이들이 자꾸 냉장고 위에 머물기 때문이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캣타워도 진작 마련해줬건만 성에 차지 않는지 캣타워보다 더 높은 냉장고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옹~!" |
특별히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기가 돌아가는 곳이니 불안하기도 하고 또 괜히 고양이들에게 안 좋을 것 같아 걱정이 된 정은 씨.
고민 끝에 정은 씨는 결국 큰맘 먹고 고양이 선반이라 불리는 '캣워커'를 만들게 됐다.
"나와봐라옹! 집사가 뭘 만드는 것 같다옹~!" |
우선 어느 위치에 어떤 모양으로 설치할지 적당한 모양과 적절한 위치를 정한 후, 가로 세로의 길이를 정해 벽에 종이로 위치를 잡아놓았다.
"집사가 직접 캣워커 만든다는 게 실화냐옹~?" |
정해놓은 사이즈에 맞게 합판을 구매한 후, 혹 나무가 일어나 고양이들의 발바닥이 다치지 않도록 정성껏 니스칠을 하고 충분히 말려줬다.
적당한 모양과 적절한 위치를 종이로 표시한 모습 |
완전히 마른 합판들은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꺾쇠를 이용해 연결한 후 벽에 고정하면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쉼터이자 놀이터가 완성된다.
완성된 고양이 선반 '캣워커' |
제작 비용은 합판 가격이 3만 원대, 꺾쇠 30개와 받침대 12개가 2만 원대 총 5만 원이 조금 넘게 들었다.
합판의 종류는 다양하니 집사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되고 그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완성된 캣워커를 본 고양이들은 처음엔 조심스럽게 올라가더니 금세 쿵쿵 거리며 돌아다녔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합판이 떨어지는 불상사도 있었으나 다행히 고양이는 다치지 않았고, 정은 씨는 안전하게 받침대까지 설치했다.
안전하게 받침대를 설치한 모습 |
힘들게 만들어줬는데 금방 싫증을 내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다행인 건 아직까지 아주 잘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들, 그 높은 캣워커에서도 가장 꼭대기인 계단 맨 위가 다들 제일 좋은지 꼭대기 자리 쟁탈전을 벌인다고 한다.
"명당은 내 차지다옹~!" |
높디높은 캣워커에 사이좋게 누워 아래 경치를 바라보며 파워 낭만을 즐기고 있는 녀석들의 표정은 마치 "집사야, 공기가 좋구나~" 말하는 것만 같다고.
정은 씨는 "냉장고 위에서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는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직접 만들어서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잘 써주니 뿌듯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집사, 이제 에어컨 위가 궁금하다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