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려견 훈련사 트레이시 이건. |
[노트펫] "나쁜 습관을 고치려 수십만 원을 들여 훈련소까지 보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훈련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종종 들려오는 견주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영국에서 눈길을 끌만한 판결이 하나 나왔다. 다만 보호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견주가 반려견 훈련에 실패했단 이유로 훈련사를 고소했지만, 영국 고등법원에서 "훈련사가 다룬 것은 기계가 아니라 강아지"라며 훈련사의 손을 들어줬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실과 백만장자들의 개들을 맡아온 훈련사 트레이시 이건은 지난 2015년 견주 제니 킹(71세)의 폭스테리어 반려견 ‘이지’를 맡아서 2주간 집중훈련소에서 훈련했다.
은퇴한 킹은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이지가 벌이는 소동에 골머리를 앓다가, 이건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 이지는 물그릇을 엎어버리고, 주인에게 달려들어 무는가 하면, 주인의 머리카락을 물고 잡아당기기도 했다. 71세의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벅찼다.
폭스테리어. |
'프레셔스 푸치(Precious Pooch)' 소속 훈련사 이건은 물기, 뛰어오르기, 물어뜯기, 짖기 등 이지의 나쁜 버릇들을 고쳐주겠다고 견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2주 뒤에 집에 돌아온 이지는 여전히 통제 불능에 예전과 똑같이 버릇없었다.
이에 견주는 지난 2015년 6월 이건에게 편지를 보내서, 이지를 조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계약을 위반했다고 항의했다. 그리고 다음해 계약 위반으로 이건을 고소하고, 훈련비 2800파운드(약 405만원)와 그 이자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급심의 기각와 견주의 항소 끝에 이 소송은 고등법원까지 올라왔다. 나이젤 제럴드 고등법원 판사도 하급심과 같이 계약 위반 증거가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고소를 기각했다.
제럴드 판사는 “14일 뒤에 어떤 과거 행동문제가 영구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고 제안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기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를 다룬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는 “강아지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조련은 항상 확실한 결과를 달성할 의도를 갖지만, 그 결과는 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활기 넘치는 강아지를 침실 하나짜리 작은 아파트에서 키우면서, 제대로 훈련시키지도 않았고 충분히 운동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에, 계약 위반이라기보다 퇴행”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