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세상은 이제 ‘고양이의 시대’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동의하시겠습니까.
필자의 경우,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아니다’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이 크게 늘면서, 그들을 겨냥한 각종 이벤트는 물론이고, 새로운 전문분야도 선보이고 있는 탓이다. 최근에는 고양이 관련 서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이같은 흐름은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특화된 소비기반이 만들어졌거나,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 지구에는 개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다. 동물학자들은 전세계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숫자가 개보다 3배 정도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새침데기 고양이들은 친밀성과 사교성이 뛰어난 개들에게 밀려 인간에게 동반자의 윗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아마 이 관계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애묘인’이 늘고, 관련업계도 관심을 쏟으면서, 반려동물하면 당연히 ‘개’를 떠올렸던 세상이 점차 ‘고양이’에게도 무게의 중심을 나눠주는 모양새다. 아직 인간과 개의 관계를 넘볼 수준은 아니나, 그 간격의 폭이 좁혀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노트펫 |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애묘인’이 늘어나는 것은 고양이가 개보다는 손이 덜 가고, 사고를 칠 가능성도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며 “고령화와 여성 1인 가구의 증가세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은 고양이를, 남성은 개를 선호한다는 인식론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영화와 뮤지컬, 캐릭터 상품의 등장은 오래 전의 일이고, 국내에도 고양이만을 상대하는 전문병원, 출판사, 서점, 사료, 장난감 등이 자리를 잡거나, 잡아가고 있다.
고양이 전문 캣-페어도 열리고 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가 발족됐고, 요즘 출판계의 효자소리를 듣는 컬러링북도 고양이를 소재로 한 게 줄지어 출판되고 있다. 뭔가 된다는 얘기다.
‘고양이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반려동물로 등록된 고양이의 수가 1000만 마리를 웃돌면서 개의 등록 숫자와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시골마을 기차역의 마스코드 역장이었던 ‘다마’의 장례식에 조문객 3000여 명이 운집, 그의 넋을 기렸다해서 화제다. 이같은 풍경도 일본 국민의 고양이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고양이의 공로도 인정하지만 말이다.
지난해 미국공영라디오(NPR)에서 2014년 최고의 책으로 뽑혔고, 최근 국내에서도 출판된 <캣 센스>의 저자인 존 브래드쇼는 “그동안 개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 개에게 많은 혜택을 줬듯이, 앞으로는 고양이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고의 반려동물 연구자로 알려진 그의 발언은 앞으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애묘인’들이 느끼는 정보의 갈증을 대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냥이 집사들이여! 변화의 흐름을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