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올 1월 눈 내리던 날, 경상남도 거제시의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강아지가 구조됐다.
전 주인은 강아지를 이동장에 담아 유기하면서 행여 얼어 죽을까 걱정이라도 됐는지 담요와 함께 단열 에어캡으로 바람을 막아 놓았다.
하지만 간신히 1킬로가 넘는 강아지가 버티기엔 힘든 날씨였다.
쪼식이가 담겨있던 이동장 |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강아지는 운 좋게 구조돼 거제도 보호소로 옮겨졌다.
이후 '2살 된 믹스견'으로 입양 공고가 올라온 그 강아지를 우연히 보게 된 정현 씨.
까맣고 동그란 눈에 유난히 착해 보이는 녀석에게 한눈에 반하게 됐다.
쪼식이 입양 공고 글 |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던 정현 씨는 믹스견이 아니라 포메라니안 같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예쁘고 어린 품종견이라면 굳이 본인이 아니어도 좋은 곳으로 쉽게 입양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이미 유기견과 유기묘 9마리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식구를 늘리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날 밤 정현 씨는 그 아이와 함께 뛰노는 꿈을 꾸게 됐다.
잠에서 깨자마자 보호소에 연락을 했고 강아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게 됐다.
8살~10살로 추정되는 쪼식이 |
강아지는 2살이 아니라 8살~10살로 추정되는 수컷으로, 구조될 때부터 혈뇨를 보는 등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은 상황이었다.
늙고 아픈 아이가 보호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또 버틴다 해도 입양이 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여긴 정현 씨는 결국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서울에서 거제도까지의 거리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조금 더 아껴서 거두면 된다는 마음뿐였다.
선한 눈망울을 가진 쪼식이 |
직접 만난 강아지의 모습은 처참했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 피 소변을 봤고, 눈도 보이지 않는지 밥그릇을 찾지 못하며 이곳저곳 몸을 부딪히고 다녔다.
'쪼식이'라는 이름은 지어줬지만 가족들 모두 쪼식이가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정현 씨를 만나 패셔니스타견이 됐다. |
보호소 측에서 검진 시 중성화를 시키지 않아 전립선염이 생겼다고 해 바로 수술을 시키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나이도 많고 체력적으로 바닥인 아이를 수술 시키다 잘못될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치료들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쪼식이는 심장 사상충 3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치료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긴 치료를 시작했다.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그저 감사했다고.
"주인이 가끔 내가 수컷인 걸 잊는 듯 하개" |
쪼식이는 지금도 열심히 병과 싸우고 있다.
다행히 심장 사상충은 점점 나아져 7월쯤이면 완치 판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최근 정현 씨가 참여한 SNS 이벤트에 1등으로 당첨된 쪼식이는 어버이날 어머니께 상품권을 선물로 드린 효자이기도 하다.
"쪼식이가 효도할개!" |
“유기견이었던 반려견을 하늘로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훗날 아프더라도 지금 당장 살릴 수 있는 생명은 하나라도 더 살려보자는 마음”이라는 정현 씨.
“몸과 마음의 병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금전적인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