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벳, 아이스, 크림이 아빠 서지석
강아지 이야기 나오면 눈 반짝반짝하는 천성 개아빠
[노트펫] 유난히 화창하고 따스한 날이기도 해서, 아빠와 함께 공원 산책에 나선 세 마리 반려견은 모두 기분이 들떠 보였다.
배우 서지석 씨는 세 마리 산책을 와이프 없이 혼자 시키는 것은 역시 무리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능숙하게 세 아이들을 챙겼다.
셔틀랜드 쉽독 샤벳은 벌써 7살, 포메라니안 크림이, 아이스는 이제 5살이 되었다. 서로가 곁에 있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여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며칠씩 지난 것처럼 허전한, 찰떡같은 가족들이다.
◇ 침대도, 일상도 재구성됐어요
샤벳은 아내가 결혼 전부터 키우고 있던 아이로, 이후 아이스와 크림이까지 만나 가족을 이루게 된 데에는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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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결혼 후에 셔틀랜드 쉽독을 한 마리 더 입양해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렇게 1년 정도를 지냈는데 어느 날 축구장에 데려갔더니, 그 아이가 갑자기 산 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서 줄을 놓쳐 버린 거예요. 열댓 명이 다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며칠이 지났는데도 끝내 못 찾았어요. 그때 와이프는 우울증까지 오고, 너무 답답한 마음에 점집까지 찾아갔어요. 점집에서는 ‘물가에 있던 누군가 데려가서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
당시 아내가 우울증까지 겪으며 힘들어했고, 그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지켜보던 중에 아이스와 크림이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보자마자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통하는 느낌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가족으로 맞이했다고.
“아이스, 크림이라는 이름은 한 10초 만에 결정했어요. 색깔도 각자 잘 어울리고, 원래 있던 샤벳이랑도 어울리는 이름이잖아요. 반려견을 세 마리나 키우니까 사실 경제적 부담은 좀 있지만(웃음), 그래도 전혀 심심할 틈이 없어요. 동물들은 사람이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금방 눈치채고 곁에 와서 달래줄 때가 있어요. 강아지들이 와서 괜히 내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턱을 괴고 눕거나 하면 우울했던 기분이 다 풀리는 것 같죠.”
대신 애로 사항이 있다면 잠을 잘 때다. 서지석 씨 부부와 세 마리 반려견은 잘 때가 되면 모두 한 침대에 올라와 눕는다. 신혼 때 침대를 넓게 쓰기 위해서 일부러 퀸 사이즈 두 개를 붙여 특수 제작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개 세 마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였던 것도 같다. 아무튼 개들이 모두 자기 세상처럼 각자 자리를 잡고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침대를 넓게 만든 건 정말 잘한 일 중의 하나란다.
반려견과 살다 보니 생활 속의 여러 가지 습관이 자연스레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가끔 여행 등으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는 호텔링을 맡기기보다 후배나 지인들에게 집에 들러서 자고 가라고 부탁한다. 아이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까봐 나름대로의 규칙을 세워둔 것이다.
축구, 농구, 야구 등 운동이라면 다 좋아하는 서지석 씨가 농구장에 강아지들을 데리고 갈 때에는 차 트렁크도 더 이상 짐을 싣는 역할을 할 수 없다. 대신 강아지용 시트를 깔아 놓는 전용 좌석으로 만들었다. 세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며 그의 생활도 자연스럽게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 반려견과 함께 사는 법
서지석 씨는 처음 독립을 했던 20대 때부터 늘 반려동물을 키워왔다. 곁에 반려동물이 있는 건 이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잠깐 해외여행을 가기만 해도 잠들기 전에는 늘 아내와 반려견 이야기를 한다고.
“아내는 길 가다가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발견하면 좋아하고 그래요. 말도 안 되게 ‘너구리 키우는 법’ 같은 걸 검색할 때도 있고(웃음). 지금 세 마리를 키우면서도 더 키우자는 걸 말리고 있어요. 훈육에 대한 의견도 비슷한 편이에요.
저희는 기본적인 배변 훈련 외에 ‘손, 앉아’ 등의 개인기 훈련은 굳이 시키지 않아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강아지가 간식을 얻기 위해서 굳이 애교를 부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물론 견종 특성상 샤벳은 사회화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은 모두 마쳤어요.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는 엄하게 할 때는 엄한 훈육 담당 아빠이기도 하다. 물론 엄하다는 건 ‘본인피셜’이라서, 반려견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궁금해지지만 말이다.
“훈육할 땐 아이들한테 하듯이 한 마리씩 방으로 불러서 딱 대화를 하죠. 그러면 세 마리 다 반응이 달라요. 크림이는 발라당 몸을 뒤집고 있고, 샤벳은 듣는 둥 마는 둥. 아이스는 한번 혼내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구석에 들어가 혼자 불쌍한 척을 하고 있어요. 움직이지도 않고, 간식도 안 먹고, 제가 가서 쓰다듬어줘야 그제야 풀려요.”
역시 아무래도 반려견들이 훈육하는 아빠를 그리 무서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그도 결국 웃으며 인정하고 만다.
“아마 애들은 ‘어차피 아빠는 우리를 사랑해. 크게 혼내지는 않으니까 겉으로만 무서워하는 척하면 돼’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 반려견을 키운다면 공부가 필수죠
세 마리가 모두 털이 엄청나게 빠지는 견종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도 털로 솜사탕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며 서지석 씨는 혀를 내두른다.
“특히 세 마리가 비슷한 시기에 털갈이를 하면 말도 못 하죠. 집에서는 최대한 털이 안 붙는 옷을 입어요. 태국 코끼리바지 아세요? 거기에 상의는 매끈한 재질의 농구 유니폼. 그게 집에서 입는 의상으로는 1등이에요(웃음).”
사실 동물을 키우면 좋은 점도 있지만 엄청난 털 빠짐 등 불편한 점도 많기 때문에, 특히 결혼한 부부의 경우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관이 서로 달라 다투기도 한다. 만약 결혼을 앞둔 배우자가 반려동물을 싫어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는 해답으로 ‘아이스’를 추천했다.
“강아지가 왜 사랑스러운지 모르시는 분이라면 이틀만 함께해도 금방 강아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 강아지가 어려우시면 제가 아이스를 하루 빌려드릴게요. 제 주변에서 강아지를 못 만지던 사람들도 아이스는 쉽게 친해지거든요. 그 어떤 초보자라도 아이스는 한 번쯤 안아볼 수 있어요. 정말 순하고, 가끔 짖을 때도 참새처럼 짹짹거려요.”
집에 있을 때는 아이스가 늘 그의 배 위에 올라와 눕는다며, 그는 결국 반려견 자랑을 한껏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내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건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는 말도 진지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반려견을 안 키워보신 분이라면 반려동물 입양을 쉽게 결정할 게 아니라 반드시 공부를 해야 돼요. 단순히 귀엽다고 입양하게 되면 사흘 만에도 파양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막상 키우면 밥도 챙겨야 하고, 물도 갈아줘야 하고, 배변 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손이 많이 가니까요. 그런 걸 반드시 인지한 뒤에 키우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평소에는 성격상 큰 감정 기복이 없다는 그는 운동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은 눈이 반짝거린다.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는지, 그 애정의 힘이 곁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