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와 반달이 |
[노트펫] 어떤 만남은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운명적으로 다가온다. 그저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우리가 가족이 되리라는 강렬한 예감을 찌릿하게 전달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제아의 첫 반려견, 반달이와의 만남도 그랬다. 곧이어 가족이 된 몽실이까지, 셋은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어딘가 닮아 보인다. 반려견의 ‘얼짱 각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제아 씨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 나왔다.
◇ 마치 운명 같았던 첫 만남
몽실이와 예쁘게 맞춰 입은 커플티가 반달이에게는 조금 꽉 끼었다. 제아 씨가 웃으면서 반달이가 중성화 이후 살이 꽤 많이 쪘지만 나이에 비해 무척 동안이라고 자랑 섞인 설명을 했다. 그녀가 반달이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당시 반달이는 3살 무렵이었다.
제아, 몽실, 반달 |
"원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펫토리얼리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PD님이 유기견을 추천해 주셨어요. 특히 믹스견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입양이 잘 안 되는데 한번 만나보실 생각 없냐고요."
"사실 그때 제 마음속에는 귀여운 포메라니안이 있었는데요, 그냥 영상으로 보호소 아이들 몇몇을 봤는데 그중 세 번째 영상에서 반달이를 본 거예요. ‘반달아!’ 부르니 쳐다보는 그 까만 강아지 모습을 보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 사실 까만 강아지가 있는 줄도 몰랐고, 심지어 이미 다 자라서 몸집도 큰 개였는데 그냥 운명처럼 반달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어요. 첫눈에 반한 거죠."
보호소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아이들이 모인다.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는 아이들도 있지만 학대의 상처를 지니고 경계심을 세우는 아이도 있고, 여러 번의 파양을 거듭해 의기소침해진 채 우울해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때 인연이 되어 만나지 않았으면 반달이도 보호소에서 언젠가 안락사를 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반달이와의 만남은 한층 더 운명적이게 느껴졌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데려온 둘째 몽실이는 원래 부모님 댁에서 키우던 강아지인데, 잠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동안에 반달이와 몽실이가 너무 정이 들어 버려서 결국 제아 씨가 함께 데리고 나왔다고.
"반달이랑 몽실이는 케미가 좋아요. 반달이는 원래 다른 강아지를 봐도 별 반응이 없는데 몽실이랑은 잘 지내는 편이고, 몽실이도 반달이를 만난 뒤에 훨씬 안정적인 것 같아요."
"뭔가 반달이를 의지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몽실이를 데리고 나왔더니 부모님은 이제 고양이를 키우고 계세요. 말로는 동물 안 좋아한다고 하시는데 거짓말인 것 같아요."
◇ 믹스견이면 어때?
"반달이는 두 번이나 파양된 경험이 있는 강아지예요. 처음 파양되어 돌아왔을 때 임보처를 구했는데 그분이 택시 타고 가다가 반달이랑 푸들 한 마리를 길에다 그냥 버렸던 거예요. 듣기로는 아마 정신적으로 우울증 같은 걸 겪으셨나 봐요."
"그래서 푸들은 끝내 못 찾고 반달이를 겨우 찾았대요. 당시 지푸라기 범벅에 여기저기 방황한 흔적이 역력했는데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래서 제가 입양한 뒤에는 항상 데리고 다니는 편이에요."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보호소에 머물던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늘 강아지를 키웠던 제아 씨는 그들과 함께 살며 자연스럽게 쌓이는 신뢰와 유대감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부모님 집을 떠나 혼자 살면서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도 했지만,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와 온기를 알기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입양할 때 절차가 복잡하더라고요. 특히 혼자 살 때 키우다가 결혼하면서 배우자가 싫어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대요. 덩치가 점점 커지고 돈도 많이 드니까 버리기도 하고요. 그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속상했어요."
"믹스견에 대한 편견도 많은데, 저는 사실 이렇게 포근한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믹스견 중에 정말 예쁜 아이들이 많아요. 몽실이도 말티즈인지 푸들인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몽실몽실한 느낌이 참 예뻐요."
우리 애 예쁜 모습을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팔불출 견주 제아 씨는 두 반려견의 매력에 대해서라면 몇 시간이라도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다.
"저희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한테 반달이와 몽실이 각각의 매력을 수십 번 설명해줘요. 반달이는 우직하면서도 질투가 있어요. 머리 만져주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제가 손을 떨구면 머리를 갖다 대요. 좀 귀찮으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매력이랄까요? 몽실이는 무조건 드러누워서 애교를 부리는데, 그게 자기 매력인 걸 아는 것 같아요."
◇ 강아지 덕분에 상담 능력 키웠어요
아이돌을 꿈꾸는 후배님들에게 조언하거나 고민이 있는 사연을 듣고 속 시원히 상담해주는 제아 씨의 모습을 보면 주변에 이런 언니가 있으면 참 든든하겠다 싶다. 그녀는 동물을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원래는 상담을 잘 못 해주는 편이었어요. 사실 앞만 보면서 일을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지 못하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반달이 키울 때쯤에는 약간 우울감이 있기도 했는데, 내가 이 강아지를 책임져야 하니까 말 못하는 강아지의 기분도 헤아리게 되잖아요. 내가 산책을 안 시켜주면 혼자 나갈 수도 없고, 제가 반달이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인 거예요. 그러니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반려견과 함께 있으면 오히려 주는 것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함께 산책하고 약한 동물을 배려하며 돌보다 보니 오히려 점차 힐링이 되고 여유도 생겼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좀 달라졌어요. 살다 보면 생각처럼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잘하고 있어’라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죠. 다른 사람의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어느 순간부터 다 이해가 되고 마음 깊이 ‘정말 힘들었겠다’ 그런 게 느껴졌어요."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 얘기를 진짜 많이 들어줬어요. 세상에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 함께하는 매 순간에 대한 책임
반달이가 8살, 몽실이가 7살에 접어들다 보니 건강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조금이라도 좋은 걸 먹이고 싶고 아프지 않게 더 신경써주고 싶어서 어떨 땐 쇼핑 목록에 본인 것은 없고 반달이와 몽실이를 위한 것만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애들이 에너지가 좋거든요. 맨날 너희는 동안이니까 오래 살 거라고 얘기하고 그래요. 앞으로 여기저기 여행도 같이 가고 싶고, 애견펜션이나 전용 수영장에도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면허도 따려고 했는데 그건 포기했어요. 남의 차 얻어타려고요!(웃음)"
늘 주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 같은 유쾌한 제아 씨지만 음악 앞에서, 그리고 반려동물이라는 생명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하다.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반려견들을 보고 반달이가 무슨 종인지 물어보는 분들도 많다며, 그녀는 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가 책임질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를 남겼다.
"많은 분들이 새끼 때부터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알지만 보호소에도 작고 어린 아이들이 많으니 입양할 때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막상 실제로 만나보면 꼭 어리지 않아도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사랑스러우니까요."
"다만 마냥 귀엽다고 생각해서 키우다 보면 오히려 파양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죠. 처음 키우는 경우에는 해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드니까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해요. 하지만 그렇게 한 생명을 맞이하고 나면 너무나 좋은 유대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