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진 현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셰퍼드 카오스. [페이스북 캡처] |
[노트펫] 2년 전 이탈리아 강진 당시 생존자들을 구조한 영웅견이 독살 당했다는 견주의 주장에 이탈리아가 공분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조련사인 견주 파비아노 에토레는 지난 28일 자택 정원에서 독살된 저먼 셰퍼드 반려견 ‘카오스’를 발견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에토레는 사건 당일 페이스북에 “할 말이 없다”며 “나는 그렇게 끔찍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견주는 전날 밤 카오스가 살아있었고, 새벽 2시경 카오스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견주가 독살된 카오스의 무덤에 헌화했다. |
에토레는 “카오스는 많은 이들을 도와 밤낮으로 일했고, 나와 모든 것을 공유한 충실한 친구였다”며 카오스의 무덤에 헌화한 사진과 함께 추모사를 올렸다.
이탈리아 경찰은 카오스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정부는 처벌 강화를 약속했다. 동물보호운동가들과 의회는 카오스를 죽인 범죄에 분노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했다.
줄리아 그릴로 보건장관은 온라인에서 애도를 표하는 한편 환경장관, 법무장관 등과 함께 동물 독살범의 처벌 강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로마 동물보호단체 ‘아니말리스티 이탈리아니’의 리날도 시돌리 대변인은 “지진 참사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극적인 시간 동안 구조대원들과 함께 네 발로 땅을 판 영웅을 죽였다”며 “카오스는 사람들을 구했고, 그와 같은 사람들이 그를 독살했다”고 비통해했다.
미켈라 브람빌라 의원은 AP통신에 카오스의 죽음이 올해 초 자신이 발의한 동물학대 처벌법이 통과될 계기가 되길 바랐다.
생전의 카오스와 견주 파비아노 에토레. |
한편 이탈리아 도시에서 소음 스트레스로 이웃집 개를 독살하는 사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밀라노 독성물질 관리센터(PCCM) 연구에 따르면, 이탈리아 동물 독살의 대다수가 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4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로마에서 개 870마리를 대상으로 사인을 규명한 결과 사인 2위가 독살로, 17%가 독성 물질을 먹고 죽었다고 집계했다.
카오스는 지난 2016년 8월 규모 6.2 지진이 발생한 아마트리체 마을에서 지진 잔해 밑 생존자들을 수색하고 구조해, 이탈리아 영웅견 명성을 얻었다. 그런 카오스마저 이탈리아에서 빈번한 반려견 독살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