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반려동물 금지를 명시적으로 내세우지 않는한 세입자가 반려견을 키우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률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최근 우 모씨가 김 모씨 등을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청구소송에서 "1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세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반려견이 쟁점이 됐다.
우 씨는 작년 2월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 대해 전세 계약을 맺기로 하면서 집주인 김 씨와 양 모씨에게 4000만원의 계약을 지급했다.
아파트는 통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데다 집주인 측은 반려동물이 안된다는 조건을 내세우지 않았다. 우 씨도 이에 반려견 3마리를 키운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서를 작성한 뒤 집주인 측에서 반려견 세 마리의 존재를 알면서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 측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개를 들일 수 없다며 계약을 해지하려 했고, 내용증명을 통해 이런 의사를 알렸다.
집주인은 법원에 계약금 4000만원을 공탁했고, 우 씨는 그 다음달 계약금을 수령했다. 우 씨가 김 씨 등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우씨는 "집주인 측의 통지는 해약금에 기한 해제의 의사표시로 봐야 하므로 그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 제6조에 따라 계약금 4000만원의 2배인 8000만원을 줘야 하는데도 4000만원만 상환했으니 4000만원을 더 달라"고 주장했다고 법률신문은 보도했다.
계약해지가 집주인 측에 사유가 있는 만큼 계약금 만큼을 손해배상금으로 달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집주인 측은 "우 씨가 계약 당시 반려견 3마리를 키운다는 말을 하지 않아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맞섰지만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김씨 등은 우씨에게 '몇 명이 거주하느냐'고 물었고 우씨는 '2명'이라고 답했다. 이후 김씨 등이 다시 '집이 넓은데 2명만 거주하느냐'고 묻자 우씨가 '그렇다'라고 답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대차계약서상 반려견에 대한 기재는 전혀 없고 김씨 등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인중개사 또는 우씨에게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이 조건'임을 고지한 바 없으며 △김씨 등의 질문에 '반려견과 거주하는 것이냐'라는 취지가 내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통념상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이라도 반려견을 기르는 것이 금기시되지 않는데다 △우씨의 개들이 모두 소형견인 점으로 볼 때 우씨가 집주인인 김씨 등에게 반려견 양육에 관한 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주인 측이 보증금 증액 등과 같은 목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우 씨 역시 새로운 집을 구하면서 별다른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배상액수를 계약금의 30%인 1200만원으로 책정했다.